'비대면 대심방'을 마치고 나서

'비대면 대심방'을 마치고 나서

[ 목양칼럼 ]

이춘복 목사
2021년 01월 01일(금) 11:30
교회는 마가의 다락방 공동체에서 시작이 되었고, 교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가 공동체성이다. 성도들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고, 사랑의 교제를 함께 나누며, 세상을 섬기는 것을 통해서 믿음의 진보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영상 예배를 드리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늘 많은 교인들로 북적거리던 교회가 절간(?)같이 되어 버렸고, 휑하니 텅 빈 예배당에서 영상예배를 인도하는 것도 벽에다 소리를 치는 것 같이 막막하다. 수족이 다 묶여서 아무것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답답한 곳이 목회현장이 되어버렸다.

코로나19라는 분명한 이슈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교회가 쇠락한 것에 대한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것이 담임목사의 자리이다. "정말 우리는 이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까?" 깊은 고민을 하다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딱 한 가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 전화라는 것에 착안해서 우리는 지난 9월부터 '비대면 대심방'을 실시했다. 직접 가정으로 찾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대심방 때처럼, 구역장은 구역원들이 조용한 시간에 심방을 받을 수 있는 시간들을 배정했다. 성경책과 기도제목을 미리 준비해 놓고, 약속한 시간이 되면 교구 목사님이 전화를 걸어 그동안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기도제목을 듣고, 그 가정에 적절한 성경말씀을 읽어드린 후에 기도를 하고 마쳤다. 교구 목사들은 자기 담당교구를 책임지고 각 가정을 전수 심방을 다했다. 담임목사인 필자도 항존직분자들의 가정을 같은 방법으로 심방을 했다.

그동안 우리 한국교회는 심방을 굉장히 중요한 목회의 방편으로 생각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자기 집을 개방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도 있고, 특별히 젊은 층은 심방을 기피하는 기류도 있어서 회의적인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비대면 대심방'을 막상 해 보니까 이러한 것들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충분히 더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 가정이 처한 상황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위해서 축복하며 기도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우리 교회 어느 권사님은 5대째 예수님을 믿는 가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일가친척들 중에 교회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거의 없고, 형제들이 모이면 각자 자기 다니는 교회 자랑을 하게 되는데, 우리 교회는 담임목사님이 항존직분들에게 일일이 다 전화로 심방해주시고, 말씀도 주시고, 기도해 주신다고 자랑을 했더니 경기중앙교회가 제일 좋은 교회라며 부러워하더라고 하셨다.

거창하게 이름을 붙여 '비대면 대심방'이라고 하니까 그렇지 사실 모든 목회자들이 다 전화 심방을 하고 있다. 또 어떠한 형태로든 성도들과 소통을 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손을 놓고 있다가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이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비대면 대심방'을 마쳤다. 내 마음속에 위로와 잔잔한 평안함이 찾아온다.

이춘복 목사/경기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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