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옮기려고 해요

교회 옮기려고 해요

[ 목양칼럼 ]

서범석 목사
2020년 12월 18일(금) 08:52
"목사님. 교회 옮기려고 해요." 목사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말이지 않을까? 그리고 축복기도까지 부탁한다. 성도들이 교회를 옮기겠다고 할 때 목회 초창기 때에는 붙잡았다. 그런데 내 권면이 부족한 탓인지 결국 교회를 떠났다. 이제는 붙잡지 않는다. 내 부덕의 소치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교회 옮기는 성도들을 축복할 만큼 그렇게 너그럽지는 못하다. 그래서 떠날 때 조용히 떠나면 된다고 말한다. 다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마음이 추슬러 지면 그때에는 축복할 것이라고 얘기해준다.

교회 개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성도들도 많지 않은데 교회를 떠나는 성도들로 너무 힘들어하던 때가 있었다. 어떤 이는 1년 정도 함께 믿음 생활하다 떠나고, 어떤 이는 3개월 정도 함께 있었다. 이 문제를 두고 씨름하는데 주님께서 제게 이런 위로를 주셨다. "아들아. 네가 빈자리 보고 힘들어할까 봐 1년 동안 그 빈자리 채워주라고 보낸 성도다. 이제 1년 동안 빈자리 잘 지키다가 임무 마쳐서 내가 옮긴 거야!" 이 주님의 위로는 교회를 떠나는 성도들을 대하는 나의 자세를 많이 바꾸었다. 어떤 분은 3개월 동안 빈자리 지켜주어서 고맙고, 어떤 이는 1년 동안이나 빈자리를 지켜주었으니 참으로 고맙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1년 동안 빈자리 보며 힘들었을 텐데 감사하다.

물론 교회를 옮기는 모든 이들에게 이런 마음이 들고, 그때 이후로 마음에 아픔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아프다. 내 양이 아니었다면 어찌 아프겠는가? 내 양으로 여겼으니, 아픈 것을 어찌할 수 없는 듯하다. 그러나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되었으니 참 다행이다. 그분들이 자리를 채워주지 않았다면 나는 더욱 힘들었을 테니, 나를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고마운 분들이다. 나를 위로하고, 빈자리 채워주고, 힘든 시간 도와주려고 찾아온 천사들이니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다.

종종 훌륭하게 목회하신 선배들로부터 "우리 교회는 개척 초창기 성도들이 교회를 떠나지 않고 은퇴할 때까지 함께 해주어서 고맙다"라고 자랑스러운 간증을 들을 때면 그렇지 못한 내가 많이 부끄러워진다. 아직까지 떠나지 않고 남아 나를 인내해주는 고마운 분들도 있지만, 교회 개척 초창기의 많은 교우들이 교회를 떠났다. 나는 남긴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은 목자임을 안다. 교적부를 정리할 때마다 느끼는 마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충한 종에게 양들을 또 보내주시는 주님께 감사할 뿐이다. 내가 빈자리 힘들어할까 봐 종을 불쌍히 여기시는 주님께 어찌 감사하지 않으랴!

12월이다. 또 누군가 내게 "교회 옮기려고 합니다"라고 말하지는 않을까? 올해는 농사를 잘 마무리 해야 할 텐데. 함께 한 이들이 떠나든 떠나지 않든 빈자리 지켜주고, 내게 힘과 목회의 소망을 확인시켜준 성도들에게 이렇게 고백하며 12월을 마무리하고 싶다. "저와 함께 있어 주어서 감사합니다."

서범석 목사/주복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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