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감소하고 빈집이 늘어나면

인구가 감소하고 빈집이 늘어나면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20년 12월 11일(금) 10:00
우리나라보다 앞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와 지역 쇠퇴, 도심 공동화현상을 겪는 일본에 빈집이 증가하고 있다. 빈집이 늘어나면 토지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치안, 방범, 쓰레기, 위생 문제와 같은 다양한 도시 문제가 발생한다.

일본의 노무라종합연구소(NRI)는 총무성 주택.토지통계조사(2013)를 근거로 빈집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98년에 총주택수 5025만 채 중에서 빈집이 576만 채(11.5%)로 10퍼센트 대를 넘어선 뒤 계속 빈집이 증가하고 있다. 2003년 12.2%, 2008년 13.1%, 2013년 13.5%로 증가하던 추세가 2018년 17.0%, 2023년 21.1%, 2028년 25.7%, 2033년 30.4%로 갈수록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 예상된다. 2033년에는 총주택 7126만 채 중에서 2167만 채가 빈집이 될 전망이다.

이런 변화의 원인은 저출산이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1차 베이비붐과 1970년대 초중반의 2차 베이비붐 뒤에 출산율 하락이 시작되었다. 가임여성 합계출산율이 1981년 1.74명을 기록한 뒤 점차 낮아져서 1989년 1.57명으로 기록적으로 낮아졌다. 90년대 이후 펼친 출산장려정책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05년에 1.26명으로 낮아졌다가 2012년 이후 1.4대 초중반을 유지했으나 2019년에 다시 1.36명을 기록했다.

일본은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출산기를 지나면서 출생율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25~34세 여성 80%가 직업을 갖고 있고, 평균 혼인연령이 남성 31세, 여성 29세이며, 첫 출산연령이 31세로 높아졌다. 2019년은 출생아 86만 5284명, 사망자 138만 1098명으로 1899년 통계 작성 이후 최초로 50만 명 이상 감소해서 일본사회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저출산, 인구감소, 빈집증가 추세는 지방에 국한되지 않는다. 수도권도 빈집이 늘고있다. 도쿄 메트로폴리탄의 경우 2013년에 도쿄도 11.1%, 치바현 12.7%, 사이타마현 10.9%, 카나가와현 11.2%, 나가노현은 19.7%의 집이 빈집이었다. 지역별 편차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빠르게 빈집이 증가하고 있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의 3대 도시권에서 65세 이상 고령자만 거주하는 빈집후보군이 약 20%에 달한다. 게다가 전국적으로 신축 주택을 계속 짓고 있고, 주택시장은 공급과잉 상태이다. 빈집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2015년에 '빈집대책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시행했다. 지방자치단체는 빈집이나 빈 점포를 활용할 경우 수리비용 일부를 보조하기도 한다. 빈집을 셰어 하우스, 숙박시설, 민박, 임대점포 등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전용하기도 한다. 대동문화대학은 빈집을 활용해서 도쿄 이타바시구의 상가 활성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돗토리현 요나고 시의 기업들은 빈 빌딩을 복합상업빌딩으로 재활용했다. ㈜스페이스 마켓은 공유경제 개념을 도입해서 비행장 격납고나 야구장, 대기업 부대시설을 리모델링해서 지역에 제공하고, ㈜무라사키시키부는 빈집과 빈 점포를 활용해서 북카페로 전환하는 일을 지원한다. 지자체가 빈집은행을 세워 빈집 판매를 돕기도 한다.

여러 대책에도 불구하고 인구감소가 미치는 사회적인 충격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아와테현 지사와 일본 총무대신을 역임한 마스다 히로야는 2014년 "마스다 보고서"를 발간해서 지방소멸을 경고했다. 마스다 보고서는 2010년 1억 2800여 만 명인 일본인구가 2110년에 4280여 만 명까지 감소하고, 노령화비율도 23%에서 41.3%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청년층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 소멸이 가속화되어 2040년 경에 지자체 절반에 달하는 896개가 소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도 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방소멸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은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인구가 줄고 빈집도 늘어나고 있다. 2018년 합계 출생률은 0.98명으로 일본보다 훨씬 심각하다. '인구절벽이 다가온다'고 경고하는 이도 있다. 일본의 경우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급등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인구 구조의 변화와 이로 인한 사회충격이 예견된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 회복은 인구변화의 영향을 극복해야 가능하다. 교회 성장에 부정적인 인구감소와 그로 인한 사회변동에 대한 연구와 대책이 필요하다.



변창배 목사/총회 사무총장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