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불안으로, 큰 믿음을 갖게 된다

작은 불안으로, 큰 믿음을 갖게 된다

[ 목양칼럼 ]

서범석 목사
2020년 12월 04일(금) 14:46
광야 40년을 지나며 하루도 굶은 적이 없지만, 목회 현장에 서 있다 보면 여전히 내일 새벽에 만나가 내리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가끔 뇌리를 스친다. 물론 의심의 강도와 횟수는 적어진 것이 분명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모욕을 열 번도 참았는데, 한 번도 참지 못하느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열 번을 참아도 때로는 한 번 참기가 더 어려운 경우도 있다. 아무리 많은 구제를 실천해도 재물에 대한 탐심이 완전히 사라지는 때가 올 수 있을까? 그냥 습관적으로 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아까운 마음이 올라올 때도 있다.

재물에 대한 탐심이 여전히 내 안에 있다. 그래서 재물을 일부러 흘려보내야 한다. 탐심에 중독되어 양심까지 마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일에 대한 불안이 여전히 있는 까닭에 기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이 나를 넘어뜨려 믿음의 길을 가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에, 기도로 힘을 얻고 산다.

탐욕을 이겼기 때문에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탐욕을 이기기 위해 구제해야 한다. 불안을 이겼기 때문에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불안함이 남아있기 때문에 기도해야 한다. 나태함을 이겨서 근면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나태함을 이기기 위해 근면하게 산다.

육을 입고 있는 동안 육신의 소욕은 떠나지 않는다. 이기심도 탐욕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 육신의 소욕을 이기는 방법은 육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소욕에 순종하는 것이다. 육신의 소욕이 떠나서 성령을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을 순종하여 육신의 정욕을 이기는 것이다. 인색함이 없어서가 아니라, 인색함이 있기에 더욱 성령을 의지하고 나누기를 실천한다. 나태함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태함의 유혹이 있어서 더욱 봉사를 실천한다.

구제를 실천하는 사람은 탐심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탐심을 이긴 사람이다. 봉사를 실천한 사람은 이기심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이기심을 극복한 사람이다. 불안과 유혹과 시험이 없다면 성숙과 성장이 없다. 불안과 시험과 육신의 정욕이 없는 세상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여전히 이러한 것이 있지만, 믿음으로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험이 없기를 기도하는 대신에, 시험에 빠지지 않으며 시험 가운데서 믿음을 지킬 수 있기를 기도한다.

여전히 어느 정도 불안한 마음은 있다. 그래서 더욱 아버지를 신뢰한다. 불안이 없다면 아버지가 주시는 평안을 얻을 수 있다. 근심이 없다면 아버지께 내어 맡기는 믿음을 가질 수 없다. 탐심이 없다면 구제와 섬김도 없다. 어두운 구석이 있지만, 그 까닭에 더욱 촛대를 높이 든다. 연약함을 아는 까닭에 늘 깨어 살아간다. 불안함이 있어서 더욱 주님을 의지한다. 어두울 때 빛을 더욱 갈망한다. 빛이 더욱 분명하다.

서범석 목사/주복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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