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배우는 생명의 지혜

나무에게 배우는 생명의 지혜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20년 10월 30일(금) 10:00
뉴질랜드 북섬과 인근 섬에 자생하는 카우리소나무는 천 년 이상 살면서 50m 이상 자란다. 뉴칼레도니아 섬의 블루리버 공원에도 수 백 년 이상된 카우리나무가 집단 서식한다. 최근에 700살 이상된 카우리나무 군락을 발견했는데, 평균 높이가 40m, 가슴높이 지름이 2.7m, 중심기둥 높이가 20m에 달한다. 수령 4500년으로 추정되는 나무는 밑둥 굵기가 어른 24명이 손을 맞잡고 둘러싸야 할 만큼 거대하다.

카우리나무는 자라는 속도가 느리지만 육질이 곱고 단단하다. 뉴질랜드 와이포우아 숲의 '테 마투아 나헤레(숲의 아버지)'라는 불리는 카우리나무는 수령이 2000년인데, 높이가 29.9m나 되고, 둘레가 16.5m나 된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카우리나무에는 '타네 마후타(숲의 제왕)'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높이가 51.5m, 나이는 2300살.

카우리나무는 키가 커서 다른 나무들보다 햇빛을 받기에 유리하다. 높이 자라기 위해서 잔가지를 스스로 떨구고, 굵은 둥치를 곧게 뻗어 올라간다. 카우리 재목은 단단하면서도 가벼워서 최고급 목재로 취급된다. 마우리족은 카우리 목재로 전통 카누를 만들었다.

초기 백인 이주민들이 집중적으로 벌목해서 카우리나무 숲은 크게 줄어들었다. 뉴질랜드 정부는 북섬 끝의 왕이포우아 삼림보호구에 카우리나무 공원을 만들어 보호하고 있다. 보호구 일대 해안은 카우리 해변이라고 부른다. 오클랜드 북쪽 마타코헤에는 카우리 박물관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 잎마름병이 돌아서 카우리 숲에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숲에 들어갈 때에는 균이 옮겨가는 것을 방지하게 위해서 신발바닥을 털고 소독해야 한다.

오클랜드공대(AUT) 시배스천 루진저 교수의 연구팀은 카우리 나무 그루터기와 주변 나무의 물 순환에 대한 연구결과를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했다. 밑둥치만 남고 모든 가지를 잃은 카우리 나무 한 그루가 150년 이상 살아남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나무가 쓰러져서 나즈막하게 밑둥치 일부만 남았다. 나무는 잎이 있어야 광합성을 하고, 삼투압을 이용해서 뿌리에서 물을 빨아들인다. 그 나무는 광합성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로 살아간 것이다. 둥치 가장자리의 상처도 두툼하게 아물었다.

루진저 교수는 1m 남짓한 나무둥치가 다른 카우리나무와 뿌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뿌리가 다른 카우리나무의 뿌리에 연결되어 있었고, 그루터기는 증산작용을 하지 않는 밤이나 비오는 날에 다른 카우리나무로부터 물을 끌어 올렸다. 대신 다른 카우리나무들은 그루터기의 뿌리를 이용해서 더 멀리에서부터 물을 길어 올렸다. 연구팀은 잎과 가지가 무성했을 때부터 뿌리가 연결되어 물과 영양분을 교환하다가 그루터기만 남은 뒤에도 여전히 공존했다고 분석했다.

학자들이 뿌리 연결을 확인한 나무가 150종 이상이나 된다. 심지어 같은 종이 아니더라도 물과 양분을 교환한 사례도 확인했다. 서로 비슷하다고 인지하면 다른 종과도 뿌리를 연결한 것이다. 가뭄이 들면 물을 나누어서 생존가능성을 높이고, 경사진 곳에서는 서로 지탱해서 안정성을 높였다. 넓게 연결된 뿌리는 거센 바람을 견디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뿌리의 연결 외에도 식물뿌리는 뿌리곰팡이균이나 박테리아와 복잡하게 얽혀서 긴밀하게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우드 와이드 웹'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하는 학자도 있다. '월드 와이드 웹'(WWW)과 비유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지구촌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위기가 상당기간 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도 내놓고 있다. 유효한 백신 개발에 최소 18개월이 걸리고, 다량 보급에는 다시 6개월이 소요된다. 2022년 4월이나 되어야 백신 보급이 가능하고, 2024년 말이나 되어야 코로나19 회복을 전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상태가 좋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교회 생태계 역시 크게 요동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다문화화, 세속화와 같은 사회변화와 기독교에 대한 신뢰하락에 더해서 코로나19가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교회 중에는 밑둥치만 남은 나무와 같은 처지도 있을 것이다. 뿌리를 연결해서 150년이나 생존하는 카우리나무 밑둥치의 생명의 지혜를 새롭게 보게 된다. 코로나19 시대에 '교회는 하나'라는 본질적인 선언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깊이 고민하게 된다.



변창배 목사/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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