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와 맞바꾼 강대상

장례와 맞바꾼 강대상

[ 목양칼럼 ]

이준영 목사
2020년 10월 02일(금) 13:25
목회의 여정 속에서 어렵고 곤란한 상황을 맞이할 때마다,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하게 된다.

진주에 담임목사로 부임하고 얼마 안 있어 부목사로 섬겼던 교회의 담임목사님을 부흥 강사로 모시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강대상이 너무 크고 높았다. 부흥 강사님으로 모신 분이나 매주 그 앞에 서는 나나 강대상이 맞지 않았다. 부흥회까지는 몇 개월 남지 않았던 터라 기도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왜냐하면 담임으로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당회에 말하기가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은퇴 집사님 한 분이 나를 찾아오셨다. 평생 혼자 살아오셨던 분이셨다. 위가 좋지 않으셔서 음식을 조심해서 드시지 않으면 토하셨기에 교회에서 점심을 드시는 것도 힘들어하셨던 분이다. 그러나 새벽기도나 수요예배에는 항상 열심이셨던 분이다.

그런 집사님이 어느 날 수요일 설교시간에 강대상을 바라보았는데 평상시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강대상의 크기가 담임목사에게 너무나 맞지 않은 큰 강대상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집사님께서는 혼자 사시면서 언제가 될지 모를 자신의 장례식을 위해 그동안 모아 놓으셨던 500만 원이 든 적금을 깨서 나를 찾아오셨다. 평생 자신의 장례를 걱정하며 살았던 자신을 회개하시면서, 죽으면 하나님께 갈 텐데 그것보다는 목사님께서 말씀을 전하실 때마다 서시게 될 강대상을 교체하는 비용으로 써달라는 것이었다. 강대상을 교체하고 싶은 것을 그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아내와 함께 기도만 했었는데 성령님께서 집사님의 마음을 움직이신 것이다.

처음에는 극구 사양했다.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며 하나님께서 준비하시리라 믿었지만, 집사님께서 어떻게 모은 돈인지 알기에 아무리 헌금이라 해도 쉽게 받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집사님은 눈물을 흘리시며 "강대상을 사는데 보태달라, 꼭 받아달라"고 하셨다. 또한 "한평생 혼자 외롭게 살았는데 유일한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던 하나님께 작은 것 하나라도 하고 천국 갈 수 있으면 기쁘겠다"고도 하셨다. 그 마음을 알기에 그 헌금을 감사함으로 받게 되었다. 그리고 당회원들에게 말씀드렸고 얼마 안 있어 강대상을 교체했다.

부흥회로 오신 목사님은 새로운 강대상을 사용하신 첫 목사님이 되셨고, 지금까지 우리 교회의 강대상은 잘 사용되고 있다. 이후 집사님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천국에 가셨다. 평소에는 천국 환송 예식에 고인을 기쁨으로 보내드리려 하지만, 그날만큼은 말씀을 전하면서 참 많이 울었다. 강대상에 설 때마다 나도 이렇게 감사한 데 하나님께서는 얼마나 기쁘실까! 이 글을 쓰는 지금 다시 한번 우리 집사님을 생각해 본다.

"집사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하나님과 평안히 잘 계시죠? 집사님, 보고 싶습니다."

이준영 목사/진주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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