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품격

믿음과 품격

[ 목양칼럼 ]

권오규 목사
2020년 08월 28일(금) 00:00
"교회는 그의 몸이니 만물안에서 만물을 충만하게 하시는 이의 충만함이니라." 에베소서 1장 23절 말씀이다. 내용은 하나님의 충만하심이 가장 풍성하게 나타나는 곳이 교회라는 것이다. 하나님을 드러내는 곳, 하나님의 하나님다우심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교회와 성도임을 그리고 있다. 이것이 하나님이 그리신 교회의 모습이다. 마치 하나님의 품격이 교회를 통해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믿음은 당연히 품격과 연결하여 설명할 필요가 있다. 교회와 성도는 세상 속에서 품격을 지녀야 한다. 이제 물어보자. 오늘 우리는 품격이 있는가, 품격 있는 교회, 품격 있는 목회자, 품격 있는 성도로 살아가고 있는가?

이 물음이 긴급하고 필요한 이유를 우리는 요즘 피부로 느끼며 살고 있다. 세상은 교회에게서 품격을 볼 수 없다고 한다. 도리어 교회는 다양한 이유와 상황 때문에 비난과 조롱을 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을 대응하는 교회의 태도와 조치는 교회내와 사회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에 턱없이 미흡했다.

심지어 교회모임이 감염확산의 원인을 제공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사회의 걱정거리와 골칫덩이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도무지 교회를 보면서 하나님의 품격을 찾아보기 어려운 형국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일정 부분 교회의 억울함과 속상함을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대응으로는 하나님의 충만함을 드러내는 교회의 품격을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성경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자.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8장 13절에서 "만일 음식이 내 형제를 실족하게 한다면 나는 영원히 고기를 먹지 아니하여 내 형제를 실족하지 않게 하리라"고 했다. 자유롭게 먹을 수 있으나 형제를 위해서라면 먹지 않겠다는 것이다. 할 자유와 능력이 있으나 스스로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 다른 이를 위해서 스스로를 제한하는 것이다. 이것이 믿음의 품격처럼 보인다.

교회가 이런 자세를 가지면 어떨까?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할 수 있으나 하지 않는 것이다. 목소리를 낼 수 있으나 거두는 것이다. 주장할 수 있으나 도리어 맞춰주는 것이다. 이것이 믿음을 가진 우리가 회복할 품격 아닐까? 교회가 신뢰와 품격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품격을 지닌 공동체로서 그 소중한 자리를 회복하기 위해 긴 호흡으로 씨름해가야 한다. 그렇게 낮아지고 연약해진 우리를 통해 온전하신 주님의 품격이 드러나는 시간이 올 것이다. 꼭 그렇게 되길 소망한다.

권오규 목사/계산제일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