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매는 없다

사랑의 매는 없다

[ 주간논단 ]

김영미 변호사
2020년 08월 18일(화) 00:00
의붓엄마가 9세 아동을 장시간 여행용 가방 안에 가둬놓고 사망케 한 사건이 전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잊을 만하면 불쑥불쑥 터져 나오는 아동학대 사건들 때문에 국민들의 감정은 생채기투성이가 되어 있다. 주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건들은 얼마나 될 것이며, 멀리 갈 것도 없이 내 아이들은 훈육이라는 빌미로 학대의 대상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던 부모가 상담을 요청해 왔다. "중학생 아들이 얼마 전부터 학교에 안가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잘 구슬려서 보냈는데, 오늘 아침에는 아예 안가겠다고 버티는 겁니다. 처음에는 좋은 말로 타이르다가 순간적으로 화를 좀 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가 '아이 씨~'라고 하는 겁니다. 그 말에 순간 빡 돌아서 아이의 뺨을 한 대 때렸습니다. 그런데 그 일로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아동학대 가해자로 신고가 되었다는 겁니다.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에 대한 훈육이 아동학대로 처벌받을 수 있는 현실에 처음 맞닥뜨리면서 적지 않은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들만 자신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할 뿐, 시대적으로 이미 아이도, 이웃도 아동학대의 철저한 감시자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이 시대 부모들에게 필요한 것은 훈육의 관행이 아니라 자녀와 대화하는 기술, 바로 그것이다.

남녀가 결혼을 하고 자신의 분신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처음 부모가 된 기쁨은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이는 첫 울음을 터뜨린 순간부터 부모가 기대한 것과 다르게 행동하기 시작한다. 특히,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대화는 사라진 채 학교를 무단결석하거나 가출을 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물건을 훔쳐 경찰서에 들락거리기도 한다. 이런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신 6:7)... 성경은 끊임없이 자녀를 가르치고, 염려하지 말고 기도하고 간구하라고 한다. 하지만 내 뜻대로 행동하지 않는 자녀를 보면 어느 순간 성경 말씀은 온데간데없어진다. 크리스천 부모들조차도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체벌이라는 방법을 선택한다. 하지만 문제는 처음에 약한 체벌로도 충분하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체벌을 견디는 내성이 생기면서 체벌의 강도가 세어진다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가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사랑의 매를 드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랑의 매는 훈육을 핑계로 가해지는 학대의 도구에 불과하다.

필자에게 상담하였던 부모는 억울함을 호소하였지만, 명백히 아동학대 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부모가 아이의 뺨을 때리는 행위는 그 행위 자체는 물론이고 그 동기가 화풀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의 등짝 부위를 때렸다고 해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어떤 부모는 자녀가 말을 안 들으면 베란다로 내보내서 반성할 때까지 세워놓거나, 말로 고통을 주는 방법을 택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결론은 동일하다. 바로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부모라고 하더라도 아동학대 가해자가 되면 수사와 처벌을 받게 된다. 정상을 참작해 다행히 형사처벌은 면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보호처분은 받을 수가 있다. 이외에도 부모로부터 더 이상의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아이를 부모로부터 분리시켜 아동복지시설로 보내기도 한다. 이 경우에 법원의 허가 없이는 부모조차 마음대로 아이를 집으로 데려 올 수가 없게 된다.

부모 입장에서는 법이 가정 안에 들어와 자녀 양육까지 간섭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소연할 수 있다. 하지만, 자녀를 체벌할 때 자녀에 대한 분풀이는 아니었는지 먼저 살펴볼 일이다. 늘 기도로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되, 전문가의 조언을 귀담아 들으면서 자녀와 대화의 꽃을 피울 수 있는 방법을 익히고 실천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아이를 타이르기 전에 대화의 기술을 앞세우는 지혜가 하나님의 믿음 안에서 펼쳐지기를 바란다.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수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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