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단을 통한 축복

연단을 통한 축복

[ 4인4색 ]

김철교 장로
2020년 07월 29일(수) 10:00
야곱은 겁도 많았고, 주위 사람들을 속이고 또 속기도 하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사람이다. 갖은 세상적인 꼼수로 살았지만, 하나님께 전심으로 매달려 믿음의 조상이 되었고 자식들은 이스라엘 열두지파의 시작이 되었다. 특히, 막내아들 요셉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하나님만 바라보고 살아 이집트 총리가 되어 이 세상 삶에도 성공한 인물이다. 부모들에게 가장 큰 축복 중의 하나가 자식들이 잘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천사와 씨름하는 야곱'(1960~6, 캔버스에 유채, 251x205Cm, 샤갈미술관, 니스)에서 샤갈은 자신의 삶을 야곱의 삶에 투영하여 묘사하고 있다. 숱한 역경을 겪었던 샤갈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야곱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다만, 시련과 이에 대응하는 신앙의 자세에 따라 축복의 크기가 다를 뿐이다.

그림 중앙은 얍복 강가에서 야곱과 하나님의 사자인 천사가 씨름하는 장면으로 약삭빠른 '야곱'에서 하나님의 인정을 받은 '이스라엘'로 인생의 대 전환점이 되는 장면이다. 우리가 세상살이에서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을 때 목숨 걸고 하나님께 매달리면 구원의 길을 열어주신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림의 좌측상단은 라헬과 결혼한 야곱의 행복한 모습을 샤갈 자신과 아내 벨라의 모습으로 그렸다. 좌측 중간은 생명의 나무, 좌측 하단은 샤갈의 고향인 비테프스크다. 우측 상단에서 야곱과 라헬은 웅덩이에 빠진 막내아들 요셉을 구하고 있으며 형들이 이를 바라보고 있다. 우측 아래는 야곱이 아들 요셉의 피 묻은 옷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천사를 붙잡고 환도뼈가 위골되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참아가면서 하나님 축복을 간구했던 야곱은 147년 사는 동안 '자기중심 살기(시련)'와 '하나님 중심 살기(축복)'를 되풀이 하다가 말년에 그 분의 뜻, 즉 숱한 역경도 결국 자신을 조상 대대로 약속하신 축복을 받기에 합당한 사람으로 기르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도 바울은 야곱의 삶을 통해 구원 받을 사람은 하나님이 창세 전에 이미 예정해 놓았으며 구원의 선택이 인간의 조건과 자격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따른 것(롬 9:11)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장로교 핵심교리 중의 하나인 '예정론'의 근간이 되고 있다.

반면 감리회의 '만인구원 사상'은 모든 사람은 이미 구원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구원의 과정에 우리가 하나님을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 하는 '자유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정론이든 만인구원사상이든 오직 하나님 은총에 기대면, 우리 삶은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롬 8:28)는 의미겠다.

야곱의 삶을 통해서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라고 노래하고 있는 시편 119편의 의미가 요즘 새록새록 가슴에 와 닿는다.



김철교 장로/영신교회 원로·배재대학교 경영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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