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主演)과 조연(助演)

주연(主演)과 조연(助演)

[ 목양칼럼 ]

강흔성 목사
2020년 06월 26일(금) 00:00
영화나 드라마에는 주연이 있고 조연이 있다. 스토리는 주연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조연은 흥미를 진진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관객이나 시청자는 주연에게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주연이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조연이 그 역을 살려주지 않으면 빛이 날 수가 없다. 방자와 향단이 없는 춘향전을 생각할 수 없듯이 말이다.

사람은 자기의 인생에서 언제나 주연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러면 자기 주변의 모든 사람은 조연에 불과하다. 자기 인생의 무대이니 만큼 자기가 주인공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세상에서 모두가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니 시기와 분쟁이 많아지는 것이다. 자기인생에 자기가 주연인 것만 생각하지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는 자기가 조연인 것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자기가 주연인 것 마냥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얼마 전 권사님 한 분이 갑자기 유방암으로 수술을 받으셨다. 누가 보더라도 다복하고 평생 마음고생 없이 살아가시는 분인 줄 알았는데 병상에서 쏟아내는 말을 들어보니 권사님은 남모르게 마음고생이 많으셨다. 가부장적인 남편을 인생의 주연으로 모시는 것만도 버거운데 두 아들에게도 엄청난 헌신으로 조연을 감당해 오셨다. 거기다가 아흔이 가까운 시부모님도 주연처럼 섬기셨다. 시집와서 지금까지 남편, 자식, 부모님 뒷바라지 하다 보니 이제 남은 것은 병든 몸밖에 없노라고 서러워하시며 눈물을 흘리시는 권사님을 보고 있자니 긍휼한 마음이 가득했다. 누군가가 옆에서 권사님을 잠시만이라도 주연으로 인정해 주었더라면 이렇게 삶이 힘들고 서럽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무척이나 피곤해 하는 아내를 바라보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젊고 아름다운 인생이 어느 날 한 남자를 만나는 순간부터 주연됨을 포기하고 살아왔다. 목회자의 아내이기에 전도활동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었고, 좋은 것은 성도들에게 양보해야 했으며, 매사 우선순위에 밀리면서 살아왔으니 조연은커녕 무수리는 아니었는지. 남편과 자식 그리고 교회를 위해서 조연되기를 즐거워하는 아내를 사랑하고 존경하고 축복한다. 이제부터라도 아내의 인생에 스스로 주연이 되도록 내가 조연의 역할을 더 잘 해줘야겠다. 따듯한 봄날에 주연처럼 피어 있다가 어느새 시들어버린 꽃송이를 보면서 인생의 철듦을 재촉해 본다.

강흔성 목사/수원상일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