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시대, 새로운 일상을 위한 연대

포스트코로나 시대, 새로운 일상을 위한 연대

[ 주간논단 ]

김효숙 교수
2020년 06월 09일(화) 00:00
국가와 국가 사이에는 이유와 형태만 다를 뿐 수많은 장벽들이 세워져 있다. 다수의 사람들이 '더' 안정적이고 '덜' 위협적인 장벽을 세우는 동안 한 건축학자는 높은 장벽 틈새로 분홍빛 시소를 놓았다. 이는 로널드 라엘 교수의 순간적인 상상력의 결과라기보다 장벽을 쌓은 목적과는 달리, 장벽 주위에 모여든 사람들을 오랜 시간 관찰하며 생각해 낸 새로운 시도요 열정의 산물이다. 회색빛 장벽 틈새의 분홍빛 시소, 그야말로 새로운 기준(new normal)이다.

인류 문명사에서 전염병은 거의 예외 없이 문명의 전환으로 이어져 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전망과 예측 또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겪어본 적 없는 복잡한 미래라는 점에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고, 새로운 일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미래란 언제나 가본 적 없는 길이요 겪어본 적 없는 일상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에게 '뉴 노멀(new normal)', 새로운 기준 혹은 새로운 일상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교회가 지난 몇 개월 간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회중예배를 비대면(untact) 형태로 전환한 것은 매우 낯설고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는 접촉(contact)을 통해 치유되고 거룩해지는 기독교(눅 4:40, 5:13)의 특성과 상반되기 때문에 불가피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일 수 있다. 그러나 회중들이 가상공간에서 '에클레시아'에 내포된 공동체성을 경험하지 못해 생기를 잃어간 것은 분명 자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것이 '무엇(what)'에만 편향된 우리의 오래된 기준 때문이라면, 지금 숙고해야 할 새로운 기준은 어떤 것일까?

수업설계 시 하나의 정답이 아닌 여러 현답이 있는 복잡한 문제는 '해결된 예제(worked-out example)'를 제시한 후 풀어보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필자는 신비하게도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시기부터 교회의 '새로운 오늘'을 소망하는 손길에 힘입어 디지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목적 및 대상, 성격이 다른 두 개의 하위 프로젝트가 긴밀히 연결된 애자일(agile: 의사결정에 필요한 절차는 간소화하고 구성원의 자율을 보장하는 문화) 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다.

프로젝트의 한 축인 '디지털 문화 향유 프로젝트'는 초연결기술을 매개로 초개인화된 문화를 추구하는 교회 안팎의 사람들을 위해 교회의 기본적 사명이 어떻게 변형 확장될 수 있을지를 경험하게 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하였다. 장신대 연구팀은 새로운 기준, 새로운 일상에 대한 숙고가 절실해진 교회를 위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올(all)라인 목회 사례들을 해결된 예제로 제시하고, 가족 중심으로 재편된 일상을 고려한 교육목회 콘텐츠를 개발ㆍ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다른 한 축인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 프로젝트'는 기독교 공동체 내의 탈진실 현상이 '선동적 반지성주의'와 '냉소적 엘리티즘'으로 분열ㆍ고착되는 양상에 대한 우려와 노년세대의 디지털 리터러시가 생존을 위협하거나 갈등을 일으킬 만큼 낮은 상태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비대면 무인화 문화가 일상화되면, 이 문제는 기독교의 공공성을 더욱 약화시키고,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예배의 기회조차 줄 수 없는 인재(人災)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연구팀은 우선 신학생들이 기술에 대한 인간중심적 사유와 기술문화의 영향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적정기술을 조화롭게 활용할 뿐 아니라, 공적 시민의식을 가지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중이다.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갈 실천적 지혜(phronesis)라는 점에서, 오늘도 지혜를 구하며 연구를 이어간다.

김효숙 교수/장신대 교육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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