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아신다

하나님은 아신다

[ 목양칼럼 ]

임영숙 목사
2020년 04월 24일(금) 00:00
성도 한 분으로부터 만남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 이 성도는 이전부터 교회를 다니고 있었지만, 사업이 어려워지고 길거리로 쫓겨나다시피 하면서 필자가 섬기는 교회로 오게 됐다. 어려운 상황에서 필자와 만났지만,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고, 주일은 물론이고 새벽기도, 금요기도, 수요기도, 제자훈련, 리더 공부, 교회 봉사 등 약방의 감초처럼 예배와 모임에 빠짐 없이 참여했다.

성도는 새벽마다, 그리고 저녁에도 몇 시간씩 예배당에 엎드려 통곡하며 기도했다. '가정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궁금하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성도는 평소 "나의 죄가 많아서 하나님이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아 가슴이 답답하다. 그래서 교회를 그만 다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하곤 했다. 성도를 바라보는 필자의 마음도 늘 답답하고 힘들었다.

전화통화 후 날짜를 정해 만나기로 했다. 저녁 9시 경 교회에서 만난 성도의 눈은 퉁퉁 부었고, 낯빛도 좋지 않았다. 산에서 기도를 하고 내려오는 중이라 했다. 따뜻한 차를 한잔 내어주고 '혹시 걱정거리가 있냐'고 말을 건넸다. 성도의 얼굴을 쳐다보는데, 순간 거짓말처럼 성도가 살아온 모습이 필름처럼 빠르게 지나가며 보였다. 너무 충격적이고 놀라웠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한참을 울기만 한 성도는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목사님 저 어떻게 하면 좋아요. 아무도 모르는데 난 어쩌면 좋아요"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성도의 지나간 삶을 스쳐지나가듯 보게 되었다고 얘기해주고 내용을 나눴다. 성도는 깜짝 놀라며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았다.

성도는 가정이 있는 남자와 살게 되어 자식을 낳고 30년 넘도록 살고 있었다. 그런데 신앙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살다보니 늘 양심에 가책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신앙생활을 해도 가슴이 답답하고 힘들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참 동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잘못된 것을 해결하지 않고 남겨둔 채, 다른 사람들의 눈을 속이면서 기도하면 응답될리 없다는 말을 전하고 위로도 건넸다. 늦었지만 상대방을 찾아가 용서를 빌라고도 했다.

목회를 하며 성도의 말을 듣고 나는 성도의 상황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이 성도의 말을 듣고 나니 오늘도 목회자에게 하지 못한 수많은 일들로 성도들은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목사는 몰라도 하나님은 아신다. 성도가 돌아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님이 그 가정의 문제를 풀어가시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철저히 회개하고 돌아서니 가정 문제도, 사업 문제도 해결되었다. 진리 안에서 자유를 누리는 성도의 얼굴은 이전과 달리 활짝 폈다.

범죄한 사람일지라도 버리지 않고, 철저히 회개시켜 자신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다시 한번 경험했다.

임영숙 목사/예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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