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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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환 교수
2019년 11월 27일(수) 10:00
편안할 때일수록 위험이 닥칠 때를 생각하여 미리 대비해야 함을 안거위사(安居危思)라 한다.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도 상황이 좋아지면 과거를 잊고 방심하는 경우가 많다.

세상 살면서 고난이나 환난 없이 편안함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란 말이 있듯이 좋은 일 뒤에는 좋지 않은 일이 생길 때도 많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편안하게 살 때, 앞으로 닥칠 위태로움을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편안한 때일수록 위험이 닥칠 때를 생각한다는 '안거위사'와 비슷한 의미로, 안불망위(安不忘危)란 말도 있다. 늘 스스로를 경계하여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어려움에 대비함을 의미한다. 이는 유학의 경전 '주역(周易)'에 나오는 말로, 안정과 위기는 돌고 도는 것이므로 태평시에도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위기와 어려움에 대비하여야 한다고 했다.

'군자는 태평할 때에도 위기를 잊지 않고, 순탄할 때에도 낭패를 당할 수도 있음을 잊지 않으며, 잘 다스려지고 있을 때에도 혼란이 있을 수 있음을 잊지 않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내 몸을 보전할 수 있고, 가정과 나라를 보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성공과 비례해 위험과 실패의 가능성도 함께 커지는 것이 세상 이치다. 성공에 취해 이러한 이치를 깨닫지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잘 될 때일수록 안 될 때를 대비해야 하는데, 마냥 잘 나갈 것처럼 생각한다.

'안불망위'의 교훈에서, 승리에 너무 도취하지 말고 패배에 너무 낙심하지 말라는 솔로몬 왕의 지혜가 생각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

이스라엘 왕 다윗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한 위대한 왕이었다. 어느 날 그는 전쟁에서 승리한 후 궁궐로 돌아와 금 세공인을 불러 '자신이 승리할 때 겸손하도록 하고, 패배할 때 절망하지 않고 격려가 되는 격언을 새겨 넣은 반지를 만들도록'했다. 금 세공인은 왕의 명에 따라 반지는 만들었으나 승리할 때나 패배할 때나 동시에 교훈을 삼을 수 있는 글귀를 도저히 찾지 못해 고심 중에 마침 궁궐 뜰을 지나가던 솔로몬 왕자를 만났다. 금 세공인의 고민을 듣은 왕자는, "이 또한 지나가리다"라는 명언을 주자 금 세공인은 반지에 이 글귀를 새겨 넣었다.

다윗 왕은 이 격언을 평생 통치의 철학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는 승리할 때 겸손하고, 패배할 때 낙심하지 않고 초심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성공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는 뜻하지 않은 실패를 하게 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격언을 명심하면서 자만에서 겸손을, 절망에서 소망을 찾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이처럼 '안거위사'의 정신은 한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 가정, 기업 모두가 미래를 대비하는 바람직한 자세다. 몇 년 전 우리나라 주재 영국 특파원이었던 다니엘 튜더가 쓴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라는 책이 생각난다. 지한파인 외국인의 눈에도 우리 나라가 최근 국가 발전의 동력을 잃어가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음이 보이는 데 우리는 이 난국을 제대로 인식조차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지난 날 '한강의 기적'을 이룬 저력을 거울삼아 기쁨을 되찾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제2의 한강 기적을 다시 이루도록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아젠다를 하루속히 만들어야 한다.



이규환 교수/전 중앙대 정경대학학장, 행정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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