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목회자가 어루만진 '마음의 병'

여성 목회자가 어루만진 '마음의 병'

[ 이색목회 ] 헤세드하우스 시설장 용천노회 유선희 목사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9년 10월 30일(수) 10:21
"교회는 여전히 정신질환자와의 소통을 어려워합니다. 이제는 그들을 위해 기도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돌봄 사역까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지난 10월 23일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헤세드하우스'. 정신재활 공동생활가정인 이곳에 '의학적인 치료와 재활, 영성을 통해 정신질환자들의 빠른 회복과 사회 복귀를 돕는다'는 소신으로 정신질환자를 위한 특별한 돌봄 사역을 펼치는 여성 사역자가 있다. 바로 정신건강전문요원 1급 자격증을 취득해 전문 요원으로 활동하는 유선희 목사이다. 유 목사는 용천노회 파송을 받아 정신질환 병원, 시설 등에서 정신보건 관련 사역자로 꾸준히 활동해왔다.

헤세드하우스를 거쳐 간 입소자는 50여 명. 조현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자부터 노숙인 정신질환자 및 알코올 중독자, 사이코패스 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고 있다. 시설에 들어서자 시설장 유선희 목사가 6명의 입소생과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리자 2019년 사랑의열매 신청사업 지원기관으로 선정돼 수영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문밖을 나선 입소생들을 향해 "진정한 노력이 건강한 회복을 부르는 거야, 최선을 다해"라며 한 사람 한 사람을 따뜻이 격려했다.

유선희 목사는 헤세드하우스를 통해 만난 대부분의 입소생은 사회 부적응에 원인이 있다고 했다. 학창시절의 왕따, 사회생활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면서 자존감이 낮아졌고, 결국 실패의식을 갖게 된 사례가 많다고 분석했다. 또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술을 의지하면서 중독 성향까지 보인다고 했다. 이외에도 양극성 정동장애 등은 유전적인 가족력 장애임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치료를 받지 못해 오로지 약물과 격리로만 대응하는 것도 한계라고 지적했다.

유 목사는 "사회적으로 정신질환자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이유 없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교회가 정신질환자들을 신비주의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의학적 치료와 말씀 나눔과 기도 등 영성을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통한 회복에 초점을 맞춘 선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목회자라고 해서 누구나 정신질환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필요하고, 관련 자격증 취득을 비롯한 구체적인 비전과 사명이 요구된다. 그래서 그들을 돌보는 사역은 여전히 목회자들에게 생소하고 접근이 어려운 분야로 지목된다. 일부 목회자들은 '목사들이 감당해서는 안 되는 사역'이라고 손사래를 치며 만류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목사는 아픈 과거사 때문에 여태껏 이 사역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과거 유 목사의 어머니가 조현증을 앓으면서 자신을 비롯한 가족이 어려운 시절을 보냈고, 남편의 회사 직원, 평신도 시절 출석하던 교회 안에서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나면서 그들을 향한 섬김이 소명으로 변해 순종의 마음을 갖게 됐다. 그 결심은 늦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유 목사를 사회복지학 공부 과정으로 인도했다. 이후에는 서울장신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신학과 성경 말씀 안에서 정신질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섬김의 사역을 진행하게 했다. 유 목사의 약점은 장점이 됐고, 하나님은 그런 유 목사의 장점을 귀하게 사용하신 셈이다.

유 목사는 "일반 개 교회의 사역도 너무나 소중하지만 특별히 정신질환자들을 섬기고 존중하며 치유하는 사역 또한 너무나 소중하다. 이곳에서의 섬김이 너무나 행복하다"며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재해 다양한 아픔과 상처, 정신적 고통을 겪는 많은 이들이 회복되고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유 목사는 강동센트럴병원 원목인 남편 김영석 목사(예장 합동)와 함께 24시간 시설에서 생활한다. 국가가 정한 법과 규정을 정확히 지키기 위해 종교활동을 강요하진 않지만 주일오후예배, 평일 저녁 4회는 상담과 성경공부로 입소생들과 신앙의 교제를 갖는다. 또 주일에는 지역 교회의 협력을 통해 입소생들이 교회 차량으로 지역 교회 성도들과 예배를 드리고 있다.

유선희 목사는 교단 차원의 정신질환 및 중독치료에 관한 특화된 기관 및 시설이 턱없이 부족함에 아쉬움도 드러냈다. 유 목사는 "경기도 일산에 주류회사가 운영하던 카프병원을 현재는 가톨릭에서 인수해 '카프성모병원'으로 운영한다"며 "중독성 알콜환자와 우울증, 불안장애, 수면장애, 조현증 등 정신질환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지만 돌봄 시설은 여전히 부족하다. 우리 교단의 역량이 충분한 만큼 각 노회와 개 교회에서 운영하는 정신재활기관 또는 교단 차원의 관련 시설이 더 많이 확장되고, 사역자들 또한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고 전했다. 후배 신학생들에게 조언과 당부도 부탁했다. 하지만 끝내 사양했다. 재차 질문에 "목회자에게 넓은 시각과 다양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짧게만 한마디 건넸다.

최근 용천노회 국내선교부는 헤세드하우스 운영을 돕기 위해 중고차량 구입자금을 지원했다. 교회의 후원과 지원없이 운영되는 시설인 만큼 격려와 큰 힘이 됐다는 것이 유 목사의 감사였다. 유 목사는 은퇴를 7년 앞두고 있다. 국가가 규정한 정신재활시설장의 정년은 만 65세. 그 시기를 자신에게 주어진 목사 직분의 은퇴 시기로 계산하고 못 박았다. "내가 만난 하나님은 하루 앞일을 알지 못하게 하셨어요. 하나님 앞에서 있는 모습 그대로 주어진 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설령 입소생들이 고마움을 모를지라도요."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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