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충분히 사랑하라!

가족을 충분히 사랑하라!

[ 커리처럼 승부하라 ] <12>

소재웅 전도사
2019년 07월 27일(토) 09:00
사진 좌로부터 동생 세스 커리, 아버지 델 커리, 스테판 커리 / 출처 스테판커리 인스타그램.
커리가 속한 골든스테이스 워리어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수들. 보기보다 많은 NBA 선수들이 가족 중심적으로 살아간다.
# NBA 4강전서 맞붙은 커리 형제



지난 5월 15일(한국시간), 재밌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미국프로농구(NBA)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쉽게 말해 미국프로농구 4강전에서 스테판 커리(1988년생)와 그의 친동생 세스 커리(1990년생)가 맞붙은 것이다. 친형제가 4강전에서 맞붙은 건 NBA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디어들이 이런 이슈를 놓칠 리가 없었다. 두 형제가 어릴 적 같이 농구하던 영상은 물론, 그 둘이 붙으면 부모님은 누구를 응원할 것인가 등등 희귀자료부터 아주 유치한 질문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관심을 커리 형제에게 쏟았다. 커리 형제에게 농구 DNA를 물려준 아버지 델 커리(전직 NBA선수)와 그의 아내 소냐 커리는 컨퍼런스 파이널 기간 동안 (당연히) 관중석을 지키며 두 아들을 지켜보았다.

그렇다면, 커리 형제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누구를 응원했을까.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 고민하던 가족들이 생각해낸 방법은 '동전 던지기'였다고 한다. 컨퍼런스 파이널 첫 경기에서 아버지는 큰 아들(스테판 커리)의 유니폼을 입었고, 어머니는 작은 아들(세스 커리)의 유니폼을 입었다. 다른 경기 때는 유니폼을 바꿔 입기도 하며, 경기마다 그들은 두 아들을 향한 '사랑의 사인' 같은 걸 보냈다. 사실 어느 아들의 유니폼을 입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부모의 깊은 바람은, 두 아들 모두 이기고 두 아들 모두 건강하게 활약하는 데 있었을 거다.

결과는 예상보다 싱거웠다. 커리가 속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4연승으로 끝나버린 것. 마지막 4차전이 끝나고 스테판 커리와 세스 커리는 진하게 포옹하며 유니폼을 교환했다. 귀여운 외모를 가진 두 사나이 모두 그 순간만큼은 진지했다. 뭐, 경기 후 스테판 커리가 세스 커리에게 슬쩍 문자 메시지로 '넌 역시 나한테 안 돼'라는 식의 익살맞은 메시지를 보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하여간 커리 가족의 끈끈함은 좀 유별나다. '유별나다'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가 "보통의 것과 아주 다르다"이니, 커리 가족의 끈끈함이 유별나다는 건 적절한 표현 같다. 미디어 역시 커리 가족에게 자주 카메라를 들이민다. 아버지 델 커리(1964년생)가 NBA에서 활약했던 슈터(1994년엔 올해의 식스맨상을 수상)였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고, 커리의 어머니 소냐 커리도 아들의 경기 때마다 보여주는 꾸밈없는 리액션 덕분에 카메라에 단골로 포착되는 존재가 되었다.

수개월 전, 커리에게 중요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물 'Stephen vs The Game'이 제작되어 방영됐다. 커리의 이야기지만, 그건 곧 커리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였다. '가족'이라는 키워드로 개별적인 영상물이 만들어질 정도로, 커리의 뿌리와도 같은 가족 이야기가 자주 등장했다. 수많은 시청자들은 영상 밑 댓글란에 "Amazing family" "Love everything about him" 등등 애정 섞인 수많은 댓글을 보내며 커리의 가족을 응원하였다. 한 선수가 사랑받는 건 흔한 일이지만, 그의 가족 전체가 응원받고 사람들에게 지지받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 아들의 유니폼 입고 사랑의 사인 보내는 부모

스포츠 선수들에게 가족이 주는 힘은 지대하다. 평생 함께 할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면서, 성품이 안정되고 그것이 실력으로 드러나는 케이스를 우리는 자주 본다. 그러나 치열하게 살아가는 스포츠 선수가 자신의 업(業)인 운동과 자신의 운명인 가족을 함께 챙긴다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운동선수에겐 운동과 가족 모두가 일상이기 때문에, 두 개의 일상이 충돌하여 '가족이라는 일상'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이걸 두고 손가락질 할 수는 없다. 다만 커리의 경우 그 둘을, 주어진 시간에서 잘 해낸다는 점에서, 그것이 가능한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자라났다는 점에서, 롤모델이 될 만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선수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필자가 작년에 출간한 '전자슈터 김현준'의 주인공 故 김현준 선수의 삶이 그러했다. "농구와 가족 중 하나를 택하라"는, 당시 통념과도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그는 농구와 가족이라는 두 영역 모두로부터 충분히 인정을 받았다. 그가 농구했던 시기가 1980~90년대였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그리고 그가 대한민국을 기반으로 한 농구선수였다는 걸 고려했을 때 얼마나 앞서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성서로 눈을 돌려보자. 성서에는 '가족간의 이상적인 사랑'보다 '가족간의 현실적인 갈등'이 더 자주, 그리고 극적으로 드러난다. 게다가 그 중 대다수는 형제간의 갈등이다. 가인과 아벨, 야곱과 이삭, 요셉과 그의 형들 등등 그 사례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성서가 가족간의 갈등을 지지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역으로 성서는, 가감 없이 형제간의 갈등을 보여줌으로써 결국 형제간의 우애, 그리고 가족들 간의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성서의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월, 커리가 속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홈경기를 본 뒤,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커리의 동료이자 미국프로농구 최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 중 하나로 꼽히는 드레이먼드 그린이 딸을 안고 있는 장면이었다. 코트 밖도 아니고 코트 안에서, 그것도 경기가 끝난 직후 딸을 안고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소재웅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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