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은 이벤트가 아닌 삶, "나는 예수님의 향기입니다"

신앙은 이벤트가 아닌 삶, "나는 예수님의 향기입니다"

[ 우리교회 ] 왕십리중앙교회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9년 05월 09일(목) 07:37
교인들의 택시타기도 교회의 섬김 중 하나다. "교우들이 택시타고 교회에 와 내릴 때 시원한 냉수와 간식거리를 준비해서 택시기사님들께 드린다"는 양 목사는 "잔돈을 절대 받지 말자고 했다. 그 덕에 기사님들이 교회 위치는 확실하게 아신다. 택시를 타고 예수님의 향기를 퍼나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왕십리중앙교회 전경.
2000년대 까지만 해도 왕십리는 고단한 이들이 모여들어 얼기설기 살았던 서민의 도시였다. 왕십리 뉴타운 재개발과 민자역사가 들어서면서 지금의 부도심으로 떠오르기까지 대표적인 슬럼지역으로 꼽혔던 곳, 바로 이곳에서 서울노회 왕십리중앙교회(양의섭 목사 시무)는 서민들의 한숨을 품고 지역을 보듬으면서 114년의 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마을 속으로 걸어가는 교회

왕십리 뉴타운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왕십리중앙교회는 지역에서 '가고 싶은 교회' 1순위다. 특히 젊은 엄마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러나 25년 전 양의섭 목사가 처음 교회에 부임할 당시만 해도 주민들이 교회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다. 역사는 길었지만 교회가 사회공헌 활동에는 폐쇄적이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교회는 그 때부터 지역 독거노인과 교우들에게 매달 고정적으로 5만원씩 지원했고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왕십리중앙교회의 '마을목회'는 이미 이 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봉사와 섬김은 선교가 아니다"는 양 목사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면서 "특별한 전도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향기로운 삶, 나는 예수님의 향기입니다'라는 교회의 주제처럼 그리스도의 모습 속에서 자연스럽게 예수의 향기가 드러나게 살아내면 된다는 것. 매일 새로운 교인이 교회를 찾지만 등록을 권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목회자는 말씀으로 감동을 전하고 교인들은 삶으로 그 감동을 실천한다. "그분들이 예배를 드리러 온 것이지 등록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는 양 목사는 "하나님께 나아가려는 사람한테 다리를 걸고 싶지 않다"면서 "1~2년 정도 지나면 등록한다. 그런 분들은 절대 교회를 떠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서울노회 왕십리중앙교회(양의섭 목사 시무)는 서민들의 한숨을 품고 지역을 보듬으면서 114년의 긴 역사의 써내려가고 있다.
#자발적인 헌신으로 섬기고 봉사하는 교회

교회는 '감동이 있는 교회' '자유함이 있는 교회'를 지향한다. 예배와 성도의 교제를 통한 감동, 성령의 역사하심으로 인한 감동이 있어야 한다. 또 자신을 얽어매고 누르던 모든 것에서 자유케 하셨음을 깨닫고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 단 그 자유함이 방종이 아닌 자원하는 심령으로 헌신하며 삶의 의미를 봉사와 헌신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양 목사는 "억눌림과 의무감, 체면으로 믿음 생활하는 교회가 아니고 감동과 자유함과 자발적인 헌신으로 주님을 섬기고 교제가 이루어지며 봉사해야 한다"고 목회 철학을 밝혔다. 중요한 것은 "구차한 설명이 아니라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단번에 보여주는 것"이다.

왕십리중앙교회가 거룩한 교회를 소망하며 세상 속으로 들어가 어려운 이웃들을 섬기는 것은 바로 '예수님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예수님의 향기를 드러내기 위함'이다. 양 목사는 "주님이 기뻐하시는 목회와 교회가 되고 싶을 뿐이지 자랑할 것도 내세울 것도 없다"고 거듭 말을 아꼈지만 교회가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동행하는 삶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어려운 이웃의 삶에 동행하는 교회

교회는 매월 마지막 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사랑의 밥상 봉사'부터 국립의료원 환우 방문, 청년들의 반찬을 챙겨주는 권사회 어머니들과 지역 고등학교에 학기당 100만원씩 '왕중드림장학금' 지원, 지역의 독거어르신을 위해 말벗 봉사와 밑반찬 나누기, 신학생 학비 지원, 외국인근로자 생활비 지원, 탈북신학생 생활비 지원 등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이뿐 아니다. 매월 셋째 주일 헌금의 십일조는 '왕중헌금'으로 이웃을 돕는데 사용하고 매달 첫드림 새벽기도회의 헌금도 이웃을 위해 쓰인다. 지금까지 지역의 개척교회와 독립유공자 가족, 난민과 다문화 가정을 위해 사용됐으며 향후 탈북민, 해외선교사와 장애인을 위해 쓰여질 계획이다.



#예수님의 향기를 퍼나르는 교회

특히 교회는 해마다 창립주일 감사헌금을 선교지에 보낸다. 선교의 빚을 졌으니 그 빚을 갚기 위한 것이다. 올해 교회가 파송·협력하는 선교사들의 건강검진을 위해 70만원 씩 10명의 선교사에게 보냈다. 사순절부터 성령강림절까지는 모든 교우들에게 저금통을 나눠주고 동전을 모으는데, 동전을 볼 때마다 선교사를 기억하며 짧게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동전은 '선교 씨앗'으로 그 해 여름, 선교사들의 휴가비로 보낸다.

교인들의 택시타기도 교회의 섬김 중 하나다. "교우들이 택시타고 교회에 와 내릴 때 시원한 냉수와 간식거리를 준비해서 택시기사님들께 드린다"는 양 목사는 "잔돈을 절대 받지 말자고 했다. 그 덕에 기사님들이 교회 위치는 확실하게 아신다. 택시를 타고 예수님의 향기를 퍼나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추수감사주일에 드려지는 모든 과일과 떡은 철저하게 어려운 이웃과 주변의 교회, 관공서와 나눈다. 양 목사는 "특별히 이웃교회들에게 먼저 과일과 간단한 편지를 나누기 시작했더니 지역내 모든 교회가 추수감사주일을 보내고 과일과 떡을 보내온다"면서 "감사의 교제가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탄절에 전 교우들은 5000원 씩 봉투에 넣어(금액이 적다고 생각되면 더 넣어서) 관리실, 환경미화원, 어려운 이웃들에 사랑을 나누고, 교회 선교회는 매해 성탄절 주민센터에서 추천받은 독거노인들에게 직접 찾아가 쌀 한포와 생필품 선물 꾸러미를 전한다. "전하는 자 받는 자 모두 즐거운 시간"이라고.

#삶으로 증거하는 예수님 사랑

"다른 교회가 한다고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교회만 할 수 있는 일들로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고 싶었다"는 양 목사는 "외향적이고 물량적인 모습이 없어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깊은 산속 옹달샘처럼 물 맛이 좋아 물만 먹고 가도 좋다. 이런 교회가 있었지 이런 목회자가 있었지 하는 느낌만 전해도 좋다"고 했다. 그 이유를 그는 "신앙은 이벤트가 아니며 삶이기 때문에 행사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내 삶으로 예수님의 매력을 드러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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