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능력과 도전

복음의 능력과 도전

[ 땅끝편지 ] 인도 주성학 선교사(완)

주성학 목사
2019년 02월 12일(화) 08:41
성찬식을 집례하는 주성학 선교사.
인도교회에는 크게 다섯 가지 전승이 있다고 하는데, 그 중 두번째가 시리안 교회 전승이다.

주후 4세기경 시리안 기독교인이었던 토마스는 예수님의 제자 도마가 순교한 첸나이를 방문했다가 핍박받는 현지 기독교인들을 만나게 된다. 그는 400여 명의 기독교인들과 함께 인도의 서쪽 끝 케랄라 지역으로 이주해 케랄라 왕의 도움을 받아 그곳에 정착했다. 케랄라는 뒤쪽에 해발 2000m가 넘는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앞에는 아라비아해가 마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연중 꽃이 피고, 열매 맺는 지역이라 굶어 죽거나 얼어죽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인도인들은 이곳을 '신의땅(The Land of God)'이라고 부른다.

시리안 기독교인들은 풍요의 땅에서 케랄라 왕의 보호를 받으며, 박해 없이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유지하며 1600년 이상 살아왔다. 하지만 현재 소수 종교로, 사회적 영향력은 미미하다. '왜 인도에 정착한 시리안 기독교인들이 복음을 들고 남쪽 인도양 끝자락에서부터 북쪽 히말라야까지 나가지 않았고, 16세기 유럽에서 선교사들이 오기 전까지 왜 그들은 인도 복음화를 위해 나서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필자의 생각에 복음이 교회 안에 갇히게 되면 개인이나 공동체를 변화시킬 능력을 상실한다. 복음의 능력은 하나님의 부르심과 보내심에 순종해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는 위험을 감수할 때 나타나는데, 인도의 시리안 기독교인들은 독점적인 평화와 풍요로움에 사로잡혀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다. 전통에 대한 자부심, 화려하고 웅장한 예배당과 신학에 대한 우월감에 사로잡힌 인도의 시리안 교회를 보면서 필자는 교회가 살길은 편안함과 안락함을 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가치와 십자가의 생명을 현실에서 살아내기 위해 도전하고 그것을 증거하기 위해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는 '도전(risk taking)'을 할때우리는 복음의 능력으로 살 수 있다고 믿는다.

필자는 인도에서 수많은 인연을 맺었는데 내게 영감을 불어 넣어 준 이들은 세상적 성공에 붙잡힌 자들이 아니라 천국의 가치를 위해 이 땅의 유한한 것들을 선뜻 내려놓은 사람들이다.

어떤 인도인 전도자는 명문 신학교에서 받은 학위를 자랑하지 않고 평생 사람들이 찾지 않는 오지를 다니며 청춘을 하나님께 드렸다. 어떤 이는 세상적 권력과 명예를 가졌지만 그리스도를 위해 그것을 분토처럼 여긴다. 어떤 이는 많은 물질을 가졌으나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기 위해 스스로 가난한 자가 되어 버려진 아이들의 어머니가 됐다.

필자는 인도의 길 위에서 헌신이 특심한 사람들을 만났다. 예수의 길을 따르기 위해 전부를 내려놓을 줄 아는 용자들, 말보다 삶이 진솔한 사람들, 사사로운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천국 복음에 붙들린 사람들, 주님 나라에 대한 소망을 현세의 이해관계보다 더 귀하게 보는 사람들 … 그런 사람들이 인도 땅에서 필자의 길동무가 돼 주었다.

주성학 목사 / 총회파송 인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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