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교회는 어떻게 보아야 하나?

토지공개념...교회는 어떻게 보아야 하나?

[ 교계 ] 기독교의 희년 정신 담겨 있는 약자들을 위한 법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8년 04월 02일(월) 18:41

청와대가 지난 3월 26일 국회에 발의한 헌법개정안에는 수도 조항과 지방분권,

토지공개념 등에 대한 내용 등이 들어 있다. 이중 토지공개념은 청와대의 헌법개정안 발표 후 줄곧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세인들에게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토지공개념' 단어 안에는 기독교의 '희년'정신이 담겨 있어 기독교인들에게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희년'이란 매 50년마다 빚이 탕감되고 팔렸던 자신의 땅과 집과 몸을 회복하게 되는 해를 의미한다. 성경의 레위기에서 '토지를 영구히 팔지 말 것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니라(레 25:23)'이라는 구절이 명시되어 있다. 

토지공개념은 특히 1839년 미국 필라델피아 출생의 경제학자이자 사회철학자 헨리조지(Henry George)의 저서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ㆍ1879)'을 통해 강조되어 전세계적으로 전파되었다. 

그는 인구의 증가나 기계 사용에 의한 이익은 토지의 독점적 소유자에게 거의 흡수되어 버려 빈부의 차가 커지고, 지대는 상승해 이자 임금은 하락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토지 공유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그 방법으로 모든 지대를 조세로 징수하여 사회복지 등의 지출에 충당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헨리 조지는 모든 지대를 조세로 징수하게 되면 이 세수(稅收)는 전체 재정지출을 충당하고도 남아 다른 조세는 철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헨리 조지의 사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 영향력을 미쳐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은 19세기 말까지 수백만 권이 팔려 영어로 쓰인 논픽션 저작 가운데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으로 기록되고 있을 정도다. 헨리 조지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가치는 지주 혼자가 만든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만든 것이라는 점에서 사회가 토지가치를 창출했으면 전체 사회가 그 이익을 거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수원의 설립자 대천덕 신부(R. Archer Torreyㆍ성공회)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이론을 강조했다. 그가 설립한 강원도 태백의 예수원 입구에는 커다란 돌에 "토지는 하나님의 것이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으며, 그의 저서들을 통해 희년 정신을 전파했다. 

대천덕 신부는 토지가 경제학에 관한 성경의 모든 가르침, 특히 경제적 정의(正義)에 관한 가르침의 시원(始源)이라고 보고, 성경적 토지정책이야말로 사회정의와 경제적 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인식했다.

이러한 대천덕신부의 수고와 노력에 감화를 받은 평신도2010년 7월 13일 들은 1984년부터 '한국헨리조지협회'를 결성하고 1996년에 '성경적 토지정의를 위한 모임(성토모)'으로 개칭했다가 희년토지정의실천운동(희년운동)과 통합해 새롭게 '희년함께(Jubilee & Land Justice Association)'라는 단체를 통해 희년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현재 토지공개념에 대해 보수쪽에서는 사회주의법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6.25 전쟁 이전 이승만 정부가 농지개혁을 단행하며 30%의 농지 소유자가 바뀌는 대대적인 개혁이 일어난 일이 있었다. 그 개혁을 통해 소작농들이 자작농이 되는 일이 많았고, 이를 통해 계층의 평등이 이뤄져 높은 교육열을 통한 산업발전에 이바지 했다.  이후 보수정권인 노태우 정부 때 이 정책이 국회에 제안된 바 있다. 이른바 토지 3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개인의 땅 소유를 2백 평으로 묶는  '택지 소유상한에 관한 법률', 땅을 팔기 전 부과되는 세금에 관한 '토지 초과 이득세', 토지 개발 이익을 환수, 배분해 투기 방지 및 효율적 이용을 위한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을 골자로 했다.

경제기획원의 조사에 따르면 1989년 당시 국민의 84.7%가 토지공개념에 대해 찬성을 했지만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토지초과이득세는 헌법 불합치,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은 위헌 판결로 폐지 됐다.

노무현 정권인 2003년에도 종합부동산세를 통해 이 개념이 도입됐으며, 15년 뒤인 문재인 정권에서 이 정책은 다시 부활했다.

토지공개념에 대해 역사적으로 자본주의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담 스미스를 비롯해, 존 스튜어트 밀 등이 토지세를 찬성했고, 신자유주의의 창시자라 일컬어지는 프리드먼까지도 "모든 세금이 나쁘지만 가장 덜 나쁜 세금은 토지세"라고 말한 바 있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스티글리츠도 "지대에 대한 과세는 경제의 효율성을 증진시킨다"고 주장했다.

'희년함께' 공동대표 남기업 소장(토지+자유 연구소)는 이번 정부의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이 포함된 것에 대해 "불평등 문제의 핵심이 부동산 문제에 있는 상황에서 토지공개념이 헌법개정안에 포함된 것은 획기적인 사건"이라며 "헌법에 토지공개념의 정신을 명확하게 기록하면 하위법률도 정신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정의를 기대하는 크리스찬으로서는 흥분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토지공개념이 사회주의법이라는 일부 비판에 대해서는 "재산권의 본질적인 가치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주의는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크리스찬으로서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남 소장은 "토지를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는 개인이나 법인은 자신들이 누릴 수 있는 이익의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에 부정적일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교회는 나에게 좋은 것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생각해야 하는 곳"이라고 답했다. 그는 "토지를 통해 이익을 얻는 것은 불로소득이며, 이는 누군가는 손해를 봤다는 전제가 있다"며 "이웃을 고통스럽게 하고 나는 누리겠다고 말하는 것은 교회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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