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새터민 고용창출 위해 교회가 앞장

장애인과 새터민 고용창출 위해 교회가 앞장

[ 교계 ] 사회적기업<2>거룩한빛광성교회 장터사회적협동조합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8년 02월 09일(금) 09:26
▲ 정성진 목사가 꾸오레 작업장에서 장터협동조합 직원들과 함께 쿠키포장작업을 돕고 있다.

거룩한빛광성교회(정성진 목사 시무)가 운영하는 '장터사회적협동조합'은 평일에도 지역주민들과 교인들을 만나기 위해 활짝 문이 열려 있다. 2012년 협동조합법이 개정되면서 설립 절차가 간편해지자 거룩한빛광성교회는 지역의 새터민들과 장애인들의 삶을 실제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에서 찾았다. 교회는 2013년 10월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고 2014년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장터' 상임이사 김옥현 장로는 "장애인과 새터민의 줄임말이 '장터'"라고 소개하며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설립되는 일반 협동조합과 달리 장터사회적협동조합은 순수하게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새터민들의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설립됐음을 설명했다. 중증장애인들이 노동할 수 있도록 교육하기 위해 교회는 2010년 교회 내 자판기들을 장애우들이 관리할 수 있도록 교육하기 시작했다. 장터사회적협동조합은 수익창출을 위해 유통사업, 음료사업, 제과제빵제조업, 즉석식품제조 등 4가지 사업을 진행중이다.
 
유통사업은 농촌교회 생산자와 도시교회 소비자를 연결해 농촌교회를 살리고, 도시교회 교인들이 안전하고 깨끗한 식품을 소비하며 '윈윈'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농촌 교회 교인들이 생산한 각종 농산물, 절임배추, 김치, 명절 선물세트, 행사기념품 등이 거룩한빛광성교회 예배당 근처 매장에서 판매중이다. 이곳 오프라인 매장에는 현재 새터민 1명이 고용되어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또한, 농촌교회의 농산물을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해 근처 학교 3곳에서의 급식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사 김옥현 장로는 "농촌교회에서 생산되는 물품량과 도시에서 소비량의 간극이 큰 편이고, 물류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고, 재고량이 발생하기도 하는 등 운영상 어려움도 있다"며, "유통사업의 경우 아직 이익창출이 높지 않아 고용 확대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농촌교회를 살리는 의미 있는 일이기에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에는 진주 모 공기업에서 추석을 맞아 노인복지시설에 선물을 전달하기 원한다며 장터사회적협동조합에 대량으로 물품을 주문하기도 했다. 공기업에 의무로 부여된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장터사회적협동조합에서 5000만원 상당의 상품을 주문한 것. 사회적기업이 지속되도록 정부는 공기업의 경우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사회적기업을 이용하도록 제도로 뒷받침해주고 있다.
 

▲ 거룩한빛광성교회 근처에 위치한 장터사회적협동조합 상품 판매처(1층) 및 카페 풍경(2층).

또 다른 사업인 장터사회적협동조업 제과제빵 '꾸오레' 작업장에는 제조 공정에 발달장애인들이 3명 투입되어 있다. 이외에도 제빵기술 숙련이 어려운 중증발달장애인들 7명이 단순 포장작업에 투입되어 총 10명의 발달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발달장애인들의 특성상 하루 8시간 일하는 것은 체력적으로나 집중도 면에서 어려워 2교대로 하루 4시간만 근무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모든 제과제빵제품은 100% 우리밀, 우리쌀로 만들어 건강을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꾸오레에서 생산되는 우리밀 제과제빵 제품들은 교회 내 카페 2곳에서 소비되는 것은 물론, 일산농협, 송포농협, 파주LG디스플레이 직원 휴게실에 매일 아침 배송되어 판매된다. 제과제빵 사업은 장애인 고용창출을 가장 많이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장 수익을 많이 창출하는 사업은 음료사업이다. 거룩한빛광성교회에는 본당 건물 1층에 위치한 카페 올리브향기와 교회 밖 별도의 건물에 위치한 장터 2층에 풍경이라는 카페를 장터 소유로 내어줬다. 올리브향기 카페에는 청각장애인 바리스타 1명이 카페매니저로 근무하고 나머지 인력은 순수한 교인들의 자원봉사로 충원되고 있다. 교인 30여 명이 정기적으로 카페 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는 것. 올리브향기 카페는 이렇게 자발적인 교인들의 봉사활동으로 연간 1억원의 순수익을 내고 있다. 교회의 사회적협동조합은 봉사자들의 헌신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데 의미가 있다.
 
2016년부터는 즉석식품제조 사업도 시작했다. 장터는 도시락, 부페 사업을 통해 농촌교회에서 구입한 재료로 반찬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각종 행사 시 도시락 주문을 받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해 화학 조미료는 일절 배제하고 달고 짜지 않게 조리해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고 꾸준한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교회는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곳이다. 그러나 단순한 시혜나 긍휼사역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장애인과 새터민 등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이들의 삶에 희망을 주고 복지를 실현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상임이사 김옥현 장로는 "교회가 사회적기업을 계획하고 있다면 담임목사님과 성도들이 의지를 갖고 시작해보길 바란다"며, "예장사회적경제네트워크와 긴밀히 협력하며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수익이 나기까지 교회가 기다려주고, 적극 후원해주고, 교인들은 봉사로 참여해줄 것"을 조언했다.
 
장터사회적협동조합에는 현재 14명의 취약계층, 10명의 발달장애인, 청각장애인 1명, 새터민 1명, 신체장애우 1명, 고령자 1명 등 22명이 고용되어 일하고 있다. 김옥현 장로는 "더 많은 취약계층 고용을 위해 장터는 앞으로 정부의 사회적기업 지원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마켓팅에도 열심을 내 '이익과 공익'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먼저 장애인들이 생산적인 활동에 적극 투입될 수 있도록 직무재활센터를 열고 바리스타 교육 등 직무교육과정을 강화하고, 공기업 대상 마켓팅, 1인 가구 시대를 맞아 지역사회에 반찬사업을 적극 홍보하고 주중 판매도 계획중이다.
 
지난해 종교계의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해 모인 '이웃사랑과 나눔실천'행사에서 사회적협동조합 장터는 지도자상을 수상했다.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 활성화를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이 확장되는 것이 곧 하나님 나라 확장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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