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과 성실함으로 하나님 주신 선율을 연주하다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하나님 주신 선율을 연주하다

[ 문화 ] 국내 독보적인 멀티악기 연주자 권병호 집사와 부친 권승일 목사 이야기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8년 02월 06일(화) 11:19
   
 

"제 아들의 달란트는 성실함인 것 같아요. 대학 졸업후 아들이 저에게 서른살까지는 돈 벌라는 말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더라구요. 10여년 간 집 밖에도 잘 나가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열심히 악기 연주 연습을 하더라구요. 새벽기도 갈 때보면 밤을 새워 연습을 하고 있는 경우도 허다했어요. 솔직히 당시에는 마음이 어렵기도 했지만 그때 아들을 믿고 기다리길 잘 한 것 같네요."

올해 은퇴를 앞둔 권승일 목사(새하늘교회)가 아들 권병호 집사에 대해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권병호 집사는 멀티악기 연주자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대체불가의 연주자다. 그는 각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 방송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연주자 중 한 명이다. 최근에는 국립국악원, 국립창극단,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등과의 작업으로 국악의 대중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는 수십가지의 피리, 플룻, 하모니카, 아코디언 등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연주할 수 있다. 이외에도 다룰 수 있는 악기는 100가지가 넘는다.

우리나라 최고의 연주자로 인정 받는 지금이지만 권병호 집사에 따르면 자신은 '될 성부른 나무'는 아니었다고 한다. 중학교 때부터 음악이 좋아 음악 전공을 하고 싶어 클래식 음악을 배웠는데 재수까지 했는데 결과는 모두 낙방이었다. 결국 2년제 대학 실용음악과에 겨우 입학해서도 악보와 코드도 보지 못해 한 학기 정도는 친구들 연주하는 것을 구경만 했다고 한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그는 항상 방에 틀어박혀 음악을 듣고 그 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씨름하며 지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음반을 듣고 악기 연주 연습을 한 경험이 있어서 졸업 후에도 음악만 연주했어요. 세계의 민속악기의 소리들이 너무 아름다워 다양한 악기들을 다뤄보고 싶었죠.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그 악기를 연주한 음반이 없는 거예요. 그 악기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연주해 듣는 것뿐이었죠."

서른이 조금 넘어서 그의 주변 지인들을 시작으로 권 집사의 연주실력은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음악가들의 연주에 참여하거나 녹음을 도와주면서 그의 실력은 한국에서 음악을 한다는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유명한 가수들이 함께 연주해보고 싶다고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때마침 국내에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방송에도 자주 출연하기 시작했다. 방송에 콘서트, 녹음, 강의 등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런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미안하고 자랑스럽기도 한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아버지가 목회자이고 가정도 넉넉하지 않아 아들은 좋은 악기를 살 수 없었어요. 사봤자 싼 악기밖에 살 수 없었죠. 그런데 만원짜리 악기로 명품의 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해서 그것을 이뤄낸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합니다."
이 말에 아들이 말을 잇는다 

"저는 악기 가격과 소리는 별개라고 생각해요. 한국 사람들은 비싼 악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강한데 저는 아직도 싸고 좋은 악기를 발굴해요. 악기마다 각자의 소리가 있어 소리의 다양함을 느낄 수 있거든요. 물론 지금은 최상급 악기를 많이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저는 악기 가격과 소리는 별개라고 생각해요."

지난 1월 28일 집사 안수를 받은 권병호 집사에게 가장 의미가 있는 곡은 '오직 주의 사랑에 매여'라는 CCM이라고 한다. 이곡은 그가 모든 곡 중에 가장 많이 연주했던 곡이다. 권 집사는 가사가 없는 연주의 특성상 일반 대중에게도 이 곡을 많이 들려주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중음악계에서만 활동을 할 계획이다. CCM은 믿지 않는 대중을 위한 것이 아닌 믿는 이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지만 권 집사는 대중가요를 하는 이로써 자신의 음반에 찬양을 하나 넣고, 콘서트 중 찬양 한곡을 일반 대중에게 들려주는 것이 더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권 집사는 끝으로 아버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저와 아버지는 되게 많이 닮았어요. 아버지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학교도 제대로 못다니셨는데 혼자 독학해서 서울대학교를 가실 정도로 성실하다 못해 우직하시거든요. 저를 믿어주시고 오래 참아주신 점, 신앙으로 저를 양육해 주신 것에 감사하고 존경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서로에 대한 신뢰와 감사의 마음이 가득한 권승일 목사와 권병호 집사 부자의 모습은 애정 표현이 어색한 이 땅의 수많은 아버지와 아들에게 주는 또 다른 차원의 아름다운 음악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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