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부터 1년 단위 고용형태 시정...모범 보여야

교회부터 1년 단위 고용형태 시정...모범 보여야

[ 교단 ] 비정규직 제로시대, 교회의 선택은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8년 02월 06일(화) 09:31

"비정규직의 문제는 인간의 존엄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국가의 정체성과 직결된 중대하고도 본질적인 문제임과 동시에 한국 교회의 핵심적인 선교 과제이다."

지난 2015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비정규직대책 한국교회연대'를 조직해 비정규직 문제를 한국 교회의 선교 과제로 규정했다. 또 비정규직을 줄여나가기 위해 노동자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존귀한 인간임을 선포하고, 노동자들이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온 힘을 다해 헌신할 것을 다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사회봉사부도 이에 앞선 2013년 비정규노동선교지침을 마련했다. 총회는 전국교회가 교회 내 비정규직 일자리를 정규직화하며, 최저임금을 준수하고 교회 내 비정규직 노동자 신분의 성도들을 격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더 나아가 총회 인권위원회는 2016년 '비정규직 노동자 및 파견근무제도를 시정하는 획기적인 모범적 결단을 촉구한다', '총회는 직원고용 시…1년 단위로 고용하는 형태를 시정하여 안정적인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하는 모범을 교회와 사회에 보여주기 바란다'는 내용을 총회에 청원해 허락받은 바 있다.

하지만 총회와 교회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 내 비정규직 문제는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오히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보다 뒤처진 모양새다. 오는 2020년까지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 20만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한 정부의 정책 앞에서 교회는 더욱 초라해졌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 추진에 한국교회 안에도 이제는 교회내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통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각박해진 선교 상황 속에 비 정규직을 줄여갈 수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와 관련 총회의 비정규노동선교지침은 한국 교회의 '자기반성과 자기 적용'을 선행 과제로 제시했다.

우리 교회 현장의 일터에서 비정규노동은 없는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비정규노동 해소를 위한 노력을 교회와 교회 내 복지기관, 선교기관 등을 통해 지속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황홍렬 교수(부산장신대)는 한 세미나에서 "우리 사회의 만연한 비정규직 노동문제는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불평등의 핵심 요소이고, 한국교회 성도들의 생활의 위기인 동시에 우리의 신앙을 위협하는 요인이며, 교회의 대사회적 책임에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라고 진단하며 "교회는 사람이 노동하여 하나님 주신 세상을 잘 가꾸고 지키도록 하심이 창조주 하나님의 뜻이며, 노동에는 정당한 삯과 규칙적인 쉼이 따라야 함이 하나님의 정의임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 진방주 총무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진 총무는 전국교회가 '인간과 노동에 대한 성서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했다. 진 총무는 "비정규노동의 해결은 인간을 존중하고, 노동을 사랑한 하나님의 창조 사역의 재인식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신자유주의와 경비 절감 차원에서 비롯된 비정규직에 대해 한국교회는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 세속 사회가 강조하는 효율성과 경제성을 지양하고 신학적인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히 진 총무는 교회와 기독교 기관, 선교단체, 기독교 신앙을 가진 CEO들이 비정규노동은 성서적이지 않고, 신앙적이지도 않음을 천명하며 미래를 선도하는 노사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또 각 교단 총회와 연합기관은 비정규직 철폐 캠페인을 함께 전개하며 한국교회 안에서도 노동자들의 권리가 존중받는 노동문화를 형성하는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 총무는 "교회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나가면 사회적으로 전도 효과가 100배는 더 클 것이고, 사회적 신뢰도 향상을 비롯해 긍정적인 선한 영향력도 끼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한편 총회 인권위원회는 과거 비정규직 해결을 위해 한국교회의 모범적 실천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한국교회가 심각한 사회문제인 비정규 노동에 대해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사회의 큰 귀감이 될 것이며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 노동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교회가 소외된 작은 이들의 진정한 벗으로 착한 행실을 드러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황홍렬 교수는 노동에 대한 한국교회의 성서적 신학적 이해 및 실천과 함께 기독교교육에 대한 적용도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교회의 재정이 교회 내외의 가난한 자에게 사용되도록 미소금융이나 협동조합 등의 활용을 전개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외에도 노동자들을 위한 예배 및 기도를 드리고, 교회 내 공간에 비정규노동자들의 상담공간 및 치유공간 등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특별히 교회 내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면 이웃종교인과 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국가의 불의한 법을 개정하고 제도와 의식을 개혁하고, 사회보장제도와 경제민주화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서울 대형교회에서 비정규직 환경미화원으로 섬기고 있는 한 성도가 한국교회를 위한 애정어린 쓴소리를 했다.

"여전히 교회 내에도 비정규직 근로자가 존재한다는게 이해가 안 된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정신과 가르침을 다시 한번 생각나게 해 마음이 씁쓸하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