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길도 있습니다

이런 길도 있습니다

[ 논설위원 칼럼 ]

김영철 목사
2018년 01월 31일(수) 10:34

최근 우리 교단을 비롯한 한국교회는 소위 '마을 목회'(Community Ministryㆍ지역사회 목회, 공동체 목회)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점점 어려워져가는 한국교회 현실과 목회환경에 대한 매우 성경적이면서, 선교신학적인 대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의 선교현장, 목회현장에서 매우 시의적절한 방향 제시요, 가장 효과적인 선교전략이요, 목회방향이라 여겨진다.

예장 총회의 제102회 총회주제가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이다. 이는 제101회 총회주제와 연속선상에 있다. 101회 주제가 '다시 거룩한 교회로'였는데, 교회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확보하였으니 거룩한 교회가 가야 할 곳은 교회 자체가 아니라 다시 세상 속임을 천명한 것이다.

세상으로 나아가 각자 자신의 삶의 자리로 흩어져서 지역사회와 일터 그리고 소속된 공동체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성도가 되고, 교회가 되어야 함을 강조한 총회주제이다. 모여서 은혜받고, 훈련받고, 사명받은 성도와 교회는 다시 세상으로 흩어지는 것이 성경이 가르치는 선교적 교회의 본질적 방향이다(호켄다이크, 흩어지는 교회).

필자는 이 주제와 관련하여 지역사회 목회를 위해 '이런 길도 있음'을 필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함께 나누고 싶다. 필자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담임목회 16년째인데, 나름대로 지역사회 봉사를 다각도로 펼쳐오면서 지역사회에서 교회의 이미지를 제고해 왔다.

그렇지만 사실은 그동안 동(洞) '주민자치위원회'가 있는 줄도 몰랐다. 아마 상당수 목회자들도 이 범주에 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면 필자는 그만큼 순수하게 지역사회를 섬기고 봉사해 왔다고 자평할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민자치위원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2017년 1월에 신림동 주민자치위원으로 위촉되어 지난 1년 동안 주민자치위원으로 우리 마을(洞)의 대소사에 참여하면서 활동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지역사회를 섬기면서 너무나 행복했음을 고백하고 싶다. 주민자치위원을 비롯하여 동(洞)에 있는 부녀회 등 수많은 직능단체 지도자들 가운데 성도는 별로 없는 실정인데 목사인 필자를 매우 예우해 준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처음 참석한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난상토론이 벌어졌는데 필자가 보기엔 그 문제로 그렇게 오랫동안 토론할 성격이 아니었다. 도무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필자가 처음 참석한 자리였지만 발언을 하게 되자, 이렇게 결론이 났다. "오늘 목사님이 말씀하시는데, 우리 목사님 말씀하신대로 합시다!"

이렇게 상황이 종료되었다. 그 후 윷놀이, 지역청소, 송년회 등 모든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목사를 지역의 아주 중요한 인물로 보고, 인사말을 하게 하거나 최소한 소개를 해 주었다. 언제 어디서나 환영받고, 존중을 받은바 이것이 결국 목회자와 교회의 선한 영향력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필자는 '이제 내 목회지는 우리 교회뿐만 아니라 우리 마을(洞)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그동안 진행해왔던 지역사회 섬김사역을 더욱 활성화시키고 다양화시킬 수 있는 길을 찾게 되었으며, 자연히 교ㆍ동(敎ㆍ洞)협력의 길이 열린 것이다.

이 시대 목회자는 이제 생각과 안목을 넓혀야 한다. 목회자가 내 교회 울타리에 갇혀있지 말고 목회 활동의 무대를 지역사회로 넓혀간다면 새로운 목회가 될 수 있고, 목회와 선교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목회자들이 지역사회(마을)속으로 적극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교회를 세상속으로 이끌어 내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김영철 목사
월드비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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