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1주년과 종교개혁500주년

촛불 1주년과 종교개혁500주년

[ 논설위원 칼럼 ]

김기태 교수
2017년 11월 08일(수) 15:22

지난해 10월 29일 시작한 촛불집회는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국정농단 혐의로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되어 재판을 받고 있고 5월 대선에서는 정권이 바뀌어 새롭게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처음 3만 여명의 시민이 서울 청계광장에 모여 시작한 작은 촛불집회는 그 이후 총23회에 걸쳐 1700여 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국민집회로 이어졌다. 정권을 바꾸고 새 대통령을 뽑았다는 사실보다 촛불은 한국 사회 구석구석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시민들은 헌법과 법률을 짓밟은 대통령을 불신임하고 헌법 제1조에 따라 퇴진을 명령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대통령 탄핵을 넘어 우리 사회의 온갖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국가체제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전면적 개혁과 쇄신이라는 촛불정신의 구현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나라냐'라고 외쳤던 촛불의 함성은 곧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던진 것이었다.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명제로 요약되는 촛불정신 곧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과감한 개혁을 통해 전혀 새로운 '나라다운 나라'를 건설하라는 시대정신과 다름 아니다.

지금부터 500년 전인 1517년 10월 31일 독일 비텐베르크 성교회 정문에 수도사였던 마르틴 루터는 가톨릭 교회의 면죄부 판매 등을 비판한 95개조의 반박문을 게시했다.

반박문 27번에서 루터는 부패한 면죄부 판매의 부당성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당시 막강했던 교회 권력에 정면으로 맞섰다. 1521년 루터는 보름스 제국의회에서 심문을 받고 결국 파문당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는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와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개혁과 쇄신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한국교회 개혁과 쇄신의 핵심 과제는 교회의 공적 기능 회복이다. 오늘날 교회의 위기는 대부분 교회가 공적 기구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데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의 각종 사유화 논란, 과도한 물질만능주의, 양적 성장제일주의, 잘못된 교회정치문화, 교계 지도자들의 비윤리적 타락 등이 바로 교회가 지켜야 할 공적 기능을 방기한데서 비롯된 문제들이다. 교회는 세상을 이끌어가고 사회 구성원들이 살아가야 할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줄 뿐 아니라 세상의 아픔과 슬픔을 어루만져주는 나침판이자 안식처가 되어야 하는데도 오늘날 많은 교회는 세상과 높은 담을 쌓고 자기들 만의 성을 쌓는 탐욕의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다.

오히려 교회가 세상을 위로하고 격려하기는커녕 세상이 교회를 염려하고 비난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교회 안팎에서의 불미스러운 사건사고들과 타락한 자본주의사회의 폐해들을 그대로 닮은 교회의 각종 타락상이 세상으로부터 교회를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의 개혁과 쇄신을 실천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모든 교회가 공적 기능 회복을 선언하고 실천에 옮길 것을 촉구한다. 모든 교회내의 회의와 모임에서부터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준수하고 총회와 노회 등 교회를 대표하는 기구에서의 엄정한 법적 절차 준수가 필요하다.

모든 교회가 자기 교회 출석 교인 뿐 아니라 지역과 세상의 이웃을 향해 열려있는 공동체로 자리잡을 때 비로소 교회다운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종교개혁을 향해 한국교회가 깨어나서 다시 일어나 힘차게 걸어가기를 호소한다.

김기태 교수
호남대 신방과
문화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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