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프리즘>'욜로족'과 '김생민의 영수증'

<문화프리즘>'욜로족'과 '김생민의 영수증'

[ 문화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7년 10월 17일(화) 16:51

한번 뿐인 인생을 후회없이 즐기면서 살자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최근 등장한 신조어가 '욜로족'이다. 욜로(YOLO)란 'You Only Live Once(인생은 한 번뿐)'의 첫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로, 이러한 생각을 가진 이들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보다 지금을 즐기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새로운 경향은 취업시장에서 소외되고, 설령 엄청난 경쟁을 뚫고 입사를 하더라도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며, 너무 높은 집값으로 인해 내집 장만의 꿈을 포기해버릴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 사이에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는 풍토가 생겨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여행을 위해 미련없이 사표를 내고 세계일주를 떠나기도 하고, 자신을 위해서 1000만원을 호가하는 자전거를 구입하기도 한다. 자기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셋집을 꾸미기도 하고, 맛있는 한끼의 식사를 위해서 고가의 식대를 지불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등 지금 당장의 행복을 추구한다.

이러한 욜로 라이프 경향의 반대편에는 짠돌이 개그맨으로 유명한 김생민으로 대표되는 '골로족'에 대한 공감과 지지가 있다. '골로족' 역시 신조어로 '욜로족처럼 살다간 골로 간다(죽는다)'는 의미다. 

골로족의 대표주자 격인 개그맨 김생민은 수십년간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특유의 절약실천과 근면으로 남부럽지 않은 부를 축적했다. 유재석이나 강호동 같이 특출나지 않은 평범한 개그맨 김생민에게 이땅의 특출나지 않은, 평범한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공감과 호응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김생민은 최근 '김생민의 영수증'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돈은 안 쓰는 것이다'라는 표어를 내걸고 시청자들의 한달 영수증을 검토해 올바른 소비습관과 절약 노하우를 소개하면서 젊은층들에게 '나만 힘든 게 아니네'라는 공감을 이끌어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욜로족과 골로족은 둘 다 지금 이 시대의 사회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해도 안될 거 지금 이 순간을 즐기겠다는 젊은이들이나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노력하고 아껴서 살기 어려운 이 시대에 생존해보겠다는 궁상맞기까지 한 젊은이들이나 시대의 아픔을 전제로 한 것은 매한가지니까.

욜로족과 골로족이 뒤섞여 있는 교회의 청년들은 지금 '가나안 교인'이 되어가고 있다. 권위적이고 경직된 문화, 신자유주의의 물질만능과 성적 타락 풍속에서 한발짝도 더 못나간 것 같이 느껴지는 세속화된 교회의 모습에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한 욜로족이나 하루 하루 자괴감이 들 정도로 짠내나게 살아가는 골로족이나 매력을 못느끼기는 매한가지다.

지금 한국교회는 현재를 중시하는 욜로족에게 가장 값지고 보람된 현재를 살아가게 할 수 있는 영적 도전들을 줄 수 있는 곳인가? 또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골로족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는 곳인가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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