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교체에 즈음하여

지도자 교체에 즈음하여

[ 논설위원 칼럼 ]

김예식 목사
2017년 08월 22일(화) 14:02

작년 10월부터 우리나라는 국가의 지도자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어왔다. 국가의 민심은 양분되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국론이 분열되어 온 나라가 심각한 내홍에 시달려 왔다. 이 일은 결국 외적으로는 대통령이 탄핵되어 감옥에 수감되고 새로운 대통령과 새 정부가 출범함으로 어느 정도 잦아드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지지하는 편과 반대하는 편이 서로 태극기와 촛불로 정치적 주도권을 주장하는 사이, 양쪽 모두가 한 가지 확인 한 것이 있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다름'의 차이가 너무도 현격한 나머지, 그 괴리감과 충격으로 인해 분열된 마음들이 봉합되고 잊히기까지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 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정치가 본래의 속성 상, 때에 따라서는 피보다 더 진한 결집력을 가지는 것도 사실이나, 사회의 또 다른 이슈가 있을 때엔 얼마든지 이에 중화되는 다른 결과를 보여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라 본다.

그런데 이런 나라의 문제와는 별개로 지금 기독교계에서는 또 다른 의미의 지도자 문제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요즈음 심심치 않게 세간을 뒤흔드는 교계 지도자 교체 문제 때문이다. 이 문제는 주로 원로목사와 후임목사간의 리더십의 다름에 대한 갈등으로서 문제가 이제는 교회 내 뿐 아니라 교회 밖에서까지 주요 이슈가 되어 지탄의 대상이 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으니 교회를 걱정하는 신앙인들에게는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원로목사 편에서 보면 평생을 목회일념으로 일구어온 교회, 그로 인해 세워진 세계 속에서의 한국교회의 높은 위상과 교회성장에 대한 공헌과 자부심 넘치는 거룩한 영향력의 발자취 위에 무임승차(?)한 후임목사가 전임목회자를 제대로 섬기지 못하고, 그간 일구어 놓은 목회지의 모든 텃밭을 하루아침에 갈아엎고 새 밭을 일구는 것으로 보여 지는 모든 행보가 안타깝고 속상할 터이다.

또한 신임 목사의 편에서 보면, 새로운 목회지에 부임하여 녹녹지 않은 현장의 분위기에서 안정된 목회를 통하여 성도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할 입장에서의 고충을 단지 질책할 일 만도 아닌 듯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0여 년 넘게 한국 근대사에 끼친 교회의 선한 영향력, 선도적인 문화 유산들, 교육과 계몽, 윤리 회복, 복음전달로 인한 구원사역에 이르기까지 앞장서 온 한국교회를 사회의 비난거리가 되게 하는 목회자 간의 갈등상황은 진정 문제가 있다. 이 일이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정당성과 관계없이 한국교회의 복음전도의 길을 얼마나 뒤로 후퇴시키고 있는지는 가히 상상할 수조차 없을 만큼 비관적이고 절망적이다.

무슨 일이든 시작이 중요하지만 마무리는 더욱 아름다워야 하는 법. 이 시점에서 아름다운 시작 못지않게 아름다운 끝을 보여준 하나님의 사람, '모세'의 지도력이 자꾸 생각난다. 일찍이 이스라엘의 지도자 모세는 120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마무리하며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지도자 교체의 귀한 모델을 남겨 주었다. 백성들에게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가 다한 것을 알리고 후임자 여호수아에게 그의 임무를 인계하면서 그의 영도 하에 있는 백성들이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에 진군하여 담대하게 그 땅을 공격할 것을 당부한다.

지난 40년의 광야 생활에서 함께 먹고 마시고 자고 행군하던 백성들에게 이스라엘의 입법자요, 통치자요, 지도자로서의 초인적 활동을 접고 그의 모든 영향력을 깔끔하게 여호수아에게 인계하는 모세의 모습이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이 난다. 그는 확실히 마지막이 아름다운 존경할 만한 지도자의 귀감이다.

여호수아가 감히 흉내도 낼 수 없는 믿음의 거인인 모세 앞에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떨고 있을 때, 모든 백성 앞에서 그를 세우고 안수함으로 지도력의 인계를 확실히 하고 자신의 모든 지도력의 근원이 자신, 개인의 탁월성에 기인하지 않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기인했음을 백성에게 그리고 후임인 여호수아에게 자상하게 가르쳐 준 모세의 따뜻함이 오늘날 일부 한국교회의 원로, 신임들의 분열과 관련하여 자꾸만 그리워진다.

당시 여호수아는 지난 40여 년을 시종으로서 섬겨온 모세에 대해  언제나 그의 출중한 인품만을 보았을까? 그렇지 않았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모세가 전한 모든 율법과 규례를 백성들에게 전수하고 가르친 여호수아의 충성됨과 선임에 대한 존경심을 또 다른 귀감으로 배워야 할 것이다. 지금은 많이 부족함이 보여도 선임을 제대로 대접할 줄 모르는 경솔함이 보여도 리더십의 발원이 개인의 능력에 기인함이 아니라 하나님께 있음을 겸손히 인정하며 바라보며 축복할 수 있는 리더십 교체 모델이 우리 한국교회에서도 이곳 저곳에서 푸르게 푸르게 솟아오르는 그런 사례가 성령의 횃불되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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