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목사님

우리 동네 목사님

[ 논설위원 칼럼 ]

남택률 목사
2017년 08월 09일(수) 10:02

"교회가 세상을 버리면 하나님은 교회를 버린다"고 하비콕스는 말했다. 그 동안 한국교회는 지역사회와 분리된 채 하나님나라 선교를 감당했음을 부인 할 수 없다. 물론 복음의 순기능이 영혼구원에 크게 일조했지만 안타깝게도 개교회의 우물 안에 갇혀있는 결과 교회가 세상을 선도하지 못하고, 세상 이 교회를 걱정하는 세태가 되었다. 그러나 교회는 더 적극적으로 교회를 등지고 떠나는 세상 속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가지고 들어가야 된다. 특별히 제102회 본 교단 총회주제는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이다. 거룩한 교회를 회복하여 다시 세상으로 가자는 '마을목회(Village Ministry)'가 시대의 대안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부족하지만, 본 교회는 개척한지 31년 동안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본 교회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은 한 달에 한 번씩 호수공원에서 수면 무대를 배경으로 '난장음악회'를 열고 있다. 음악회가 열리는 동안 교회에서는 토스트를 구워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여 음악과 함께 나누어 먹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또한 동네 주변 경로당 서포터즈도 동시에 하고 있다.

송하마을 작은 공동체인 '함께 꿈꾸는 동네(함꾸네라 부른다)'는 운영한지 벌써 10년째가 되었다. 지역신문을 만들어 배포하고, 농수산물 판매와 마을 독서실 운영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초창기에 앞장서서 돕다가 얼마 전부터는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이 생겨 이제는 뒤로 물러나 도와주고 있다.

또한 지역 서포터즈인 호민관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찾고, 동네 목사님들로 결성된 효목회를 통해 독거노인 반찬배달로 지역 섬김이를 시작하기도 했다. 금년 들어서는 유일 함꾸네(함께 꿈꾸는 동네)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교인과 동네주민 절반씩 70명을 모집하여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플룻 등 악기를 무료로 나눠주고 강습하여 최근 정기연주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그밖에도 교인들 중에 전문적인 강의를 할 수 있는 교수들을 활용해 미술치료, 음악교실, 모래놀이치료, 종이접기, 논술, 독서토론교실 영어학교 등의 강의를 진행했다. 또한 사회복지사를 교회에 배치 해 교인여부에 상관없이 복지에 관한 여러 가지 상담을 돕고 있다. 마을에서 무엇이든 교회에 도움을 요청하면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다. 교회 예배당이나 부속실도 주민 행사에 기꺼이 내 놓았다. 먹을 거리를 사 달라고 하면 얼마든 묻지 않고 사 드렸고, 어른들이 봄놀이 갈 때 버스를 대절 해 드리는 일은 당연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동네 사람들과 마음을 쉽게 터놓고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지나가던 길에도 필자를 보면 어떤 이는 피우던 담배를 감추기도 하고, 식당에서 만나면 밥값을 대신 내주기도 한다. 그리고 먼저 알아보고 손을 내밀며 인사를 나누는 동네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새신자 중에서는 우리교회가 좋은 일을 많이 해서 등록을 했다고 하는 고백을 생각보다 많이 듣게 되었다. 이미지 전도란 말이 있듯이 작은 일로 꾸준히 섬기기만 했는데도 교회는 자연히 성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형도 시인의 '우리 동네 목사님'이란 시 중에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는 대목을 되새겨본다. 물론 '성경이 아니라'고 말한 대목은 동의 할 수 없지만, 나는 그의 마음처럼 언젠가 생활에 밑줄을 긋는 목회자가 되고 싶은 기도제목이 있다. 그래서 교회만이 아닌 우리 동네 목사님이 되고 싶다. 동네주민이 모두 우리교회 예비교인이라면 얼마든지 섬길 수 있지 않겠는가. 거룩한 교회는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된다.

남택률 목사
광주유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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