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 무엇을 할 것인가?

종교개혁 500주년, 무엇을 할 것인가?

[ 논설위원 칼럼 ]

한경호 목사
2017년 07월 04일(화) 12:03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올해, 각종 행사와 프로그램들이 한창 진행 중이다. 유럽의 종교개혁지는 한국 방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500년이라는 상징성이 주는 무게감 때문인지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이다. 하지만 정작 무엇을 개혁할 것인지, 어떠한 방법으로 추진할 것인지, 어떤 사람들이 해야 될 것인 지에 대해서는 말만 무성한 것 같다. 개혁의 대상이라고 평가되는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의 입지를 정당화하고 강화시키기 위해 개혁을 말하는 경우도 없지 않아 보인다.

지난 6월 16일(금) 저녁, 한 방송을 통해 보도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목사가 주식상품을 만들어 교인들에게 팔고, 돈을 빌린 후 높은 이자율로 갚아주고 하다가 문제가 발생하여 구속되었고 교회는 갈등에 휩싸였다는 보도였다. 교회가 자본주의의 포로가 되었다는 점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방송의 내용은 교회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는 교회가 시장(市場)이 되었다는 점이다. 교회는 세상을 구원하고 생명, 정의, 평화의 정신에 입각한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세우는 기관이 아니라 은혜와 축복을 돈과 성공과 지위와 명예 등 세속적인 이익으로 교환하는 이익추구의 장이 되었다는 말이다. 교회는 어느덧 장사가 잘 되는 곳이 되었다. 그래서 우후죽순으로 난립한 영세한 신학교나 교단이 목사 안수를 남발하고 있다.

두 번째로, 교회는 점차 목회자나 소수 지도그룹(당회)의 전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교회의 사유화(私有化)현상이다. '하나님의 교회'가 아니라 '내 교회'가 되었다. 특히 개척교회나 대형교회로 성장시킨 목회자의 경우 교회는 '나의 소유물'이다. 그래서 세습을 악착같이 하려고 한다. 명분은 그럴듯하게 내세우지만 속셈은 뻔하다. 공공성의 사유화, 권력의 사유화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우리는 정치현장을 통해 직접 목도하고 있다.

세 번째로, 시장이 된 교회는 수구 반동적이 되어 친미반공의 보루 역할을 한다. 퇴행적 반(反)민주 권력을 지지하여 한 패가 되는 것이 그들의 명예와 지위를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다. 그들에게 하나님의 공평과 정의, 예언자적 외침은 귀에 거슬리는 좌파들의 소리이다. 반공을 성경말씀보다 우위에 놓고 있다. 그리하여 국정농단으로 탄핵, 파면된 대통령을 지지하고 태극기집회에 참석하여 성조기와 이스라엘기를 흔드는 탈역사적이고 몰상식한 행동을 거침없이 한다.

한국교회, 무엇을 개혁할 것인가? 교회 속에 들어와 똬리를 단단히 틀고 앉아있는 맘몬의 세력을 쫓아내야 한다. 목회자와 교인들의 마음과 행동을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적, 물질주의적 가치관을 몰아내야 한다.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교회는 그것과의 싸움에 매달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 속에 그 탐심이 유전인자처럼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이 시대만큼 인간의 정신과 혼을 지배하고 그것을 선으로 충동질하는 시대가 없다. 공산주의보다 더 무섭고 극복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국교회의 미래는 물질적(세속적) 탐욕과 축복이 아닌 '가난과 비움의 영성'을 통하여 새롭게 열어가야 한다. 상생의 가치에 기반한 '살림의 영성'에서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이신칭의(以信稱義)의 뜻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덮어놓고 믿는 표피적인 믿음이 아니라 깨달음을 통한 성숙한 믿음과 실천, 그리고 영성이 그 바탕에 놓여야 할 것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은 한국교회를 향해 엄중한 질문을 던지고 그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한경호 목사
횡성영락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