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서 최태민까지

세월호에서 최태민까지

[ 논설위원 칼럼 ]

탁지일 교수
2017년 05월 10일(수) 11:09

한국교회 이단역사는 세월호와 최태민 사건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일제강점기 후반 이단의 뿌리가 내려지고, 한국전쟁 피난을 통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며, 군사정권 시기에 물적ㆍ교리적 토대가 마련되고, 마침내 세월호와 최태민 사건을 통해 그 악의 열매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두 사건들을 통해, 부정적인 가치판단이 내재된 '이단'과 '사이비' 등의 표현이 언론과 사회에 장기간 노출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이단사이비에 대한 한국사회의 체험적 거부감이 더해지면서, 이단 혹은 사이비로 분류된 단체는 미혹과 탐욕의 발톱을 감춘 채, 사회봉사활동 등을 통해 조용히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형세가 되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세월호와 최태민 사건을 통해 이단문제가 단순히 교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단 예방과 대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신천지 연관설이 제기된 한 정당의 대표는, "신천지는 사교"이며, "개인, 가정, 사회를 파괴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혀 주목을 받기도 했다. 물론 기독교인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적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최근 대부분의 대한민국의 공인들은 신천지와의 관련성을 숨기거나 불편해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반사회적인 사이비 집단 규제법"에 대해, 대통령선거 후보들은 "필요하다면 검토하겠다", "전적으로 공감하며,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겠다", "반사회적 사이비 집단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등의 정치적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이단문제는 이제 교회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슈가 되었다.

물론 종교의 자유가 법적으로 보장된 우리나라에서, 위법하지 않은 종교단체에 대해 예방적 차원에서의 사전 제재를 가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만약 한국교회가 함께 이단문제에 대해 우려의 한 목소리를 함께 낸다면, 사회와 정치권이 신중하게 경청할 수 있는 여건이 세월호와 최태민 사건을 통해 조성되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단연구의 공신력을 강화하고, 사회적 동의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상식적인 이단 대처활동을 전개해 나아가는 것이다. 

만약 향후 이단단체의 정치적ㆍ재정적 후원을 필요로 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어두운 그늘에서 뒷거래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한편 자신들에게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 불평등한 거래를 이단들이 진행할지도 의문이다. 이단과 정치권력의 '공생'은 '공존'이 아니라 '공멸'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지만, 태생적으로 정치적 보호막을 필요로 하는 이단들의 정치권력과의 공생시도는 더욱 지능화될 전망이다.

이단문제 예방과 해결에 있어서 공권력의 한계는 분명하다. 사건이 발생해야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역할도 제한적이다. 사건이 발생해야만 여론을 형성하고 공론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만이 문제해결을 위한 근원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단이 문제라면, 교회가 정답이다.

종교의 미명으로 돈을 착취하고, 돈을 위해 종교를 파는 이단사이비의 세상, 그리고 종교의 이름으로 정치를 악용하고, 정치권력을 위해 이단마저 이용하는 탐욕스러운 세상이 무엇인지를 세월호와 최태민 사건이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한국교회는 오늘 이단대처를 위한 역사적 전환점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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