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 혜창/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지동 혜창/그럼에도 불구하고

[ 연지동혜창 ]

안홍철 목사
2017년 03월 28일(화) 15:36

미국의 시인 에머슨은 "내가 오늘 허비하고 있는 이 하루는 어제 죽었던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한 하루였는지도 모른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삶이란 순간의 연속입니다. 현실에 실망하고 낙담하여 분노하고 다투고 후회하다 보면 '지금'이라는 소중한 것을 잃게 됩니다. '지금'이란 시간은 아침 안개처럼 우리 곁에 오래 머물지 않고 사라집니다. 인간의 삶을 일생(一生)이라 부르는 것은 단 한 번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는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의 성공을 통해 애플의 CEO로 복귀해 디지털 시대의 대표적 아이콘인 아이폰을 만들며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그는 과거에 사로잡혀 경영분쟁의 문제로 애플에서 퇴출당할 때만을 생각하며 낙담하지 않고 새 사업 파트너였던 존 래스터 감독과 함께하는 '지금'에 충실했기에 화려하게 애플에 금의환향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복귀한 후 스스로를 CEO가 아니라 CLO(Chief Listening Officer:최고경청자)라고 칭하며 매 순간 순간 겸손한 자세로 직원들과 소비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설령 넘어질지라도, 부러지거나 아플지라도 일어나 가던 길을 더욱 힘차게 달려갑니다. 얍복강가에서 천사와 밤새 씨름한 야곱이 환도뼈가 부러져 절룩거릴지라도 솟아오르는 해를 보며 고향으로 달려간 것처럼 말이죠.

결국 지금에 충실하다는 것은 미래를 내다 보며 준비하는 것입니다. 믿음의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을 넘어 하나님이 예비하신 영원한 나라를 꿈꾸며 살아 가는 존재들입니다. "생각하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롬 8:18). 사명자가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당하는 고난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보기 때문일 것입니다. 장차 드러나게 될 영광을 생각하면 지금 당하는 고통은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영광은 장차 받는 것이지 지금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니까요.

멕시코에는 지저스 가르시아란 조각가가 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유명한 조각상이 있습니다. 그는 이 작품을 만들다가 사고로 오른 손을 잃었습니다. 손으로 조각상을 만드는 조각가가 오른손을 잃었다는 것은 존재의 의미가 사라진 것과 같은 엄청난 절망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르시아는 포기하지 않고, "기필코 작품을 완성하겠노라"며 왼손으로 조각하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그는 숱한 시행착오와 각고의 노력 끝에 오른 손과 같이 예리하고 정교한 왼손을 갖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사고로 중단됐던 작품을 완성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굴하지 않는 작가 정신을 높이 추앙하며 그 조각상의 이름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지었다는 것이죠.

우리가 사순절을 보내고 찬란한 부활의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영원한 생명과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전이 뚜렷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바울이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자랑할 것이 없다"고 한 것처럼 우리가 선한 싸움 싸우며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의의 면류관이 예비돼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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