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 혜창/밀레니엄 브릿지

연지동 혜창/밀레니엄 브릿지

[ 연지동혜창 ]

안홍철 목사
2017년 03월 02일(목) 14:22

2002년 영국 연합개혁교회(URC)의 후원으로 에든버러 세인트콤스 칼리지(St. Colm's International College)에서 몇 달 간 커뮤니케이션과 리더십에 관련된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런던에 한 주간 머문 적이 있습니다.

런던 동북쪽 구시가지엔 유서깊은 세인트 폴 대성당(St Paul's Cathedral)이 있습니다. 세인트 폴 대성당은 1666년, 런던 대화재로 폐허가 된 중세 도시에 재건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공습도 끄떡없이 버텨낸 런던 시민들의 자랑이자 영국 국교회 최초의 기념비적 건축물입니다. 세인트 폴 대성당은 1965년 윈스턴 처칠의 장례식, 1981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결혼식이 거행된 장소로 유명하며 특히 야경이 아름답습니다.

이 대성당을 등에 지고 건너편을 바라보면 템즈 강 동남쪽에 과거 화력발전소였다가 폐쇄된 뱅크사이드 발전소를 리모델링한 테이트모던 미술관(Tate Gallery of Modern Art)이 있습니다. 높이 99m의 굴뚝을 밤이면 등대처럼 빛을 내도록 개조한 이 미술관은 런던의 새로운 명소입니다. 21세기를 맞이한 영국은 밀레니엄 프로젝트로 밀레니엄 돔과 밀레니엄 보행전용 다리(Millennium Footbridge), 그리고 템즈 강변의 발전소 건물을 개조한 테이트모던 갤러리 등을 조성, 런던의 새로운 문화 중심지를 탄생시켰습니다.

이렇게 구 시가지와 뉴타운 사이를 잇는 다리가 밀레니엄 브릿지입니다. 2000년 2월 10일 일반인에게 공개된 밀레니엄 브릿지는 3000톤의 힘을 견딜 수 있는 경량 현수교로써 기존 현수교 보다 낮게 만들어진 것이 이 교량의 특징입니다. 낮게 만들어진 이유는 무엇보다 주변경관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라 합니다.

그러나 공개 당일날 약 10만명이 이 다리를 지났는데 이틀만에 패쇄되고 맙니다. 기술적으론 문제가 없었지만, 다리를 건널 때 심한 흔들림과 요동 때문에 시공사는 전면 폐쇄를 결정하고 약 2년간의 보행자 이동실험과, 보강을 위한 수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무엇보다 혁신적인 다리구조와 미학적인 부분을 변함없이 유지하고자 하는 디자인 철학 때문이었으며 그래서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이런 노력 끝에 밀레니엄 브릿지는 2002년 1월 15일 일반인들에게 재개방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영국 교량 공사 역사에 새 지평을 연 계기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밀레니엄브릿지로 인해 침체됐던 테이트모던 지역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며칠 전, 이 밀레니엄브릿지 야경이 보이는 테이트모던의 식당에서 지도교수와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그는 제게 "단지 허허벌판에 멋진 건물 몇 개 짓는다고 저절로 도시가 살아나지는 않는다"며,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건축보다는 항상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으로 추진된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낙후된 도시 테이트모던을 리모델링할 때 지역 주민과의 소통을 최우선시했다는 설명을 들으며 건물 하나, 다리 하나를 짓는 것도 이러할진대 하나님의 몸인 교회를 세울 때 우리는 무엇을 먼저 생각하고 있을까요? 하나님과, 이웃과의 소통을 최우선시 하는 교회, 너무도 당연하지만, 요즘 참 찾아보기 힘들단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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