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함께 하는 추수감사절

이웃과 함께 하는 추수감사절

[ 논설위원 칼럼 ]

김영철 목사
2016년 11월 15일(화) 15:33

우리가 11월에 지키는 추수감사절기는 1620년, 신앙의 자유를 찾아 영국을 떠나 길고 긴 항해 끝에 지금의 미국 메사츄세츠주 플리머스라는 항구에 도착한 청교도 102명을 통하여 시작되었다.

그 해 겨울을 지나면서 추위, 굶주림, 질병 등으로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죽는 고난의 시간이 그들에게 있었지만 그 고난 속에서 그들은 먼저 교회당을 짓고 하나님께 감사의 예배를 드리면서 예배의 단을 쌓기 시작했다.

그리고 봄이 되어 원주민들에게 농사법을 배워 씨뿌려 농사를 지었고, 가을이 되면서 수확을 한 다음에도 하나님께 감사의 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그들은 이 자리에 원주민들을 초청해서 함께 감사의 예배를 드리고, 추수의 기쁨을 원주민과 함께 나누었다.

이 감사예배가 미국의 추수감사절의 전통이 되었고, 그 후 미국 선교사를 통하여 복음이 전하여진 나라마다 이 추수감사절의 전통을 받아들여서 교회의 중요한 절기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이 절기는 1863년 미국 16대 A.링컨 대통령 때에 정식 국경일로 제정ㆍ선포되었다. 그때가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때인데 링컨 대통령은 이런 상황 속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뼈아픈 남북전쟁 때문에 생긴 수많은 미망인, 고아 등 전쟁으로 고통받는 자들을 포함한 모든 미국인과 상처 난 미국에 하나님의 돌보심을 기원합니다…."
이와같이 미국에서 처음 제정된 추수감사절에는 고난 받는 이웃에 대한 사랑의 정신, 사랑의 마음이 들어있다. 추수감사절은 하나님께 감사예배 드리면서 그 기쁨을 자신만 누리는 절기가 아니다.

우리가 잘 되고, 복 받고, 형통하여 우리끼리만 즐기고 누리는 잔치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그 은혜를 기억하며 그 은혜를 주위에 있는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나누며 함께 기뻐하는 절기다. 그래서 추수감사절은 한 교회 만의 절기가 아니라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마을 잔치가 되어야 한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는 대도시에 있는 교회로서 전국에서 1인 1가구가 가장 많은 지역특성상 지역사회와 유리되기 쉬운 조건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본교회는 끊임없이 지역사회의 필요에 민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교회가 위치한 우리 지역에 큰 수해가 생긴 적이 2~3회 있는데, 이 때 본교회는 재해복구사령부 역할을 하기도 했다. 민ㆍ관ㆍ군 주둔지가 되고, 교회당에서 한달여 숙식을 제공하기도 하는 등의 사역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일로 인하여 정ㆍ관계와 언론계가 교회를 다수 격려 방문 혹은 취재하여 보도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 때 교회를 통하여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게 된 분들을 만나면 그 분들이 먼저 그 때의 일을 상기하면서 감사를 표현하기도 한다. 그만큼 지역사회와 호흡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함을 절감한다.

같은 맥락에서 본교회는 추수감사절을 교회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절기로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공식 행사 명칭이 '이웃과 함께 하는 추수감사절 잔치한마당'이며,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다양한 일들(지역주민 국밥 나누기, 사랑의 쌀 나누기, 사회 복지기관 가족 초청, 공공기관 가족 초청, 농악놀이 등등)을 전개한다.

마을 잔치가 되도록 각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 날은 교회 주차장 전체가 잔치마당이 되어 교우들과 지역주민 남녀노소가 하루종일 함께 어우러진다. 물질이든, 사랑이든, 기쁨이든, 건물이든, 무엇이든 섬기며 나누는 것이 오늘 이 시대의 최고의 전도방법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끼리 만의 성을 쌓는 교회가 아니라 건물을 개방하고, 행사를 개방하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세상을 섬기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교회가 지역사회로부터 존중히 여김받을 뿐 아니라 그것이 곧 전도가 되고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이 영광받으시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과 눈과 손발을 더 늦기 전에 밖으로 돌려야 할 때이다. 그래서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면서 열방으로 뻗어나가는 선교적인 교회(Glocal Church)로 세워질 때 그 교회는 더욱 든든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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