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혜창/ 청력(聽力)

연지동혜창/ 청력(聽力)

[ 연지동혜창 ]

안홍철 목사
2016년 10월 25일(화) 16:44

안홍철 목사
상임논설위원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굉음은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자전 소리는 본래 끊임없이 우리에게 들려오고 있지만 이 엄청난 굉음을 인간이 듣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이 굉음을 듣는 순간 인간은 그 고통으로 죽을 수밖에 없기에 아주 미세한 소리는 물론 엄청난 굉음 역시 듣지 못하도록 창조한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 때문이라는거죠. 인간의 가청 주파수는 20헤르츠부터 1만 6000헤르츠로 이 범위 밖에 소리는 들을 수 없다고 합니다. 만일 이 소리를 다 듣는다면 아마도 정신질환에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구가 자전할 때 소리가 너무 커서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합니다. 소리가 전달되기 위해서는 소리를 전달시키는 공기ㆍ물 등의 매질(媒質, medium)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길 건너편에 있는 사람을 부른다고 할때 그를 부르는 소리는 목의 성대에서 발생됩니다. 그 사람의 귀까지 전달되어야 하는데 이 역할을 공기가 해줍니다. 성대에서 부터 울린 공기의 진동이 주변의 공기도 같이 진동시켜 상대의 고막까지 전달되어 고막을 진동시키게 됩니다. 그 결과 상대방이 소리를 듣게 되는 것입니다. 즉 소리가 발생해도 우주와 같이 매질이 없는 상태에서는 소리가 전달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죠. 그러나 이 역시 온 우주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인 것은 분명합니다.

아무튼 지구는 시속 1666.7km의 속도로 자전합니다. 적도를 기준으로 지구의 둘레는 약 4만km인데, 하루에 한 바퀴를 돌고 있습니다. 이를 24시간으로 나누면 시속 1666.666km가 됩니다. 이것은 초음속 제트기의 속도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것을 못 느끼고 있을까요? 그 이유는 우리도 그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해가 잘 안되시죠? 예를 들어 시속 100km로 달리는 차 안에서, 옆에 시속 100km로 달리는 차를 보면 정지한 듯 보입니다. 사람 혼자 달리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물체가 같이 달리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구가 자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는 겁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소설가 최인호씨는 한 수필집에서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해서 귀머거리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청력이 떨어져 나중에는 자동차의 경적 소리, 유행가의 노랫소리를 듣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는 절망적인 비극은 아닐 것이다. 장 콕도의 시 중에 짧지만 촌철의 절창이 있다. '내 귀는 소라 껍데기. 바닷소리를 그리워한다.' 바닷소리를 듣기 위해서 나는 굳이 바다로 나갈 필요는 없다. 내 귀가 바닷소리를 그리워하는 소라 껍데기가 될 수 있다면 자연 내 귀는 바닷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내 귀가 소라 껍데기가 되려면, 내 귀가 바람소리를 듣는 나뭇잎이 되려면, 내 귀가 어린아이 속에 깃들어 있는 천사의 목소리를 듣는 청진기가 되려면, 무엇보다도 침묵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각을 회복해야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청력이 나빠지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나님, 당신의 세미한 음성ㆍ침묵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력을 허락하소서." 두 번의 희년을 보내고 세 번 째 희년을 시작하는 101회기 총회를 시작하면서 우리 모두의 기도가 되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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