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를 찾으십시오

목자를 찾으십시오

[ 논설위원 칼럼 ]

이만규 목사
2016년 08월 23일(화) 11:40

기독공보에서 담임목사 청빙 광고를 봤다. 늘 지나쳐 보던 광고이지만 내가 잘 아는 교회 목회자 청빙 광고여서 그 교회는 어떤 담임목사를 찾고 있는지 궁금하여 찬찬히 광고문을 읽어 보았다. 그러다가 광고 내용에 점점 흥미가 생겨 기독공보에 실린 목사 청빙 광고를 모두 찾아 봤다.

청빙 내용이나 요구하는 증빙서류는 거의 비슷했다. 어느 교회나 예수님 같은 목사님을 모시고 싶고 말씀의 능력과 탁월한 리더십이 있는 분, 깊은 영성으로 성도들을 이끌어갈 목회자를 원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좋은 목사를 어떻게 식별하고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런 방법으로 과연 좋은 목사를 찾을 수 있을까?

문제는 목자를 찾는 신문 광고에 양들이 자신들의 목자를 찾는 겸손 보다는 부잣집 영감이 튼실한 머슴을 찾는 듯한 교만이 배어 있다는 것이다. 목자를 찾는 양들의 간절함 보다는 머슴을 찾는 주인의 오만함이 느껴졌다.

어느 교회는 "청빙교역자 지위 및 근무형태 담임목사, 상근직, 급여원칙 연봉제로 하며 30평형 사택 제공, 목회 연금 납부, 자녀교육비 일정 금액 지원함"이라고 광고했다. 이미 그 교회는 목사를 "생명 바쳐 헌신할 목자"가 아니라 "봉급을 위해 일할 고용인"으로서의 목사를 찾고 있었다.

교회가 무엇을 주고 어떤 대접을 하든지 상관없이 늘 감사함으로 헌신할 주님의 종 보다는 "이렇게 대우할 것이니 그렇게 하려면 한 번 지원해 보라"는 태도였고 목사와 교회와의 관계를 차가운 계약관계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교회마다 목회 비전과 철학, 그리고 목회 계획서를 요청했다.

그런데 그걸 어떤 목회 전문가가 심사하고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많은 경우 '청빙위원'들이 서류를 심사하고 목회 철학을 평가하리라 생각되는데 비전문가들이 전문가를 평가하는 것이 가능할 지 의심스럽다. 어차피 양이 목자를 심사하는 꼴이니 많은 경우 목사 청빙이 그 교회 청빙위원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결정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도대체 겸손이 없다. 하나님의 뜻을 기다리며 하나님이 보내 주실 주님의 종을 찾는 겸손이 없다. 서류로 목사를 심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뜻 보다는 자신의 마음에 맞는 목회자를 채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1차 서류 심사 후 개별통지'라는 광고는 학벌이나 경력으로 목자를 평가하고 심사하겠다는 것인데 사실 목회는 학벌이나 경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우리 교단 목사들은 학벌이 부족하거나 경력이 일천해서 못할 목사는 없다. 영적 지도자의 기본은 학벌이나 경력이 아니다. 철저한 소명의식과 하나님께 온전히 드려진 헌신과 목회자가 가진 영성과 지도력이다.

그런데 그건 서류로 또는 한두 번 면접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력이 화려하고 말에 능하다고 다 좋은 목회자는 아니다. 자신들이 목사를 심사하겠다고 덤벼드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 현실적으로 다른 방법이 없다는 핑계도 내려 놓아야 한다.

목회자 청빙은 먼저 온 교회가 자신들을 인도할 선한 목자를 하나님께 구하는 겸손으로 시작하여야 한다. 그리고 존경 받는 영적 지도자들의 조력을 받는 것이 좋다. 목회자의 거취는 하나님께 달려 있음을 겸손히 인정해야 한다. 양이 목자를 찾는 간절함과 겸손이 전제되어야 한다. 교회를 경영할 CEO 보다는 양을 위하여 목숨을 바칠 헌신된 목자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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