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혜창/갑(甲)질의 리더십을 버리라

연지동혜창/갑(甲)질의 리더십을 버리라

[ 연지동혜창 ]

안홍철 목사
2016년 08월 09일(화) 14:58

여름방학이 한창입니다. 지금 5ㆍ60대들의 학창 시절인 1970년대, 방학 때가 되면 많은 영화들이 개봉되곤 했습니다.

벤허, 러브 스토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노틀담의 꼽추, 빠삐용, 닥터 지바고, 스팅, 대부, 디어 헌터, 엑소시스트, 바보들의 행진 등. 흑백 TV만 보던 대중들은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 가보는 것이 큰 기쁨이었습니다.

지금이야 매달 새로운 영화가 개봉되지만 당시엔 방학이나 명절 때 극장 나들이가 고작이었거든요.

그 당시 서울 시내 극장 가운데 개봉관은 10여개, 1 극장 1 스크린 형태의 단관이었습니다. 그러나 방화의 부진과 외화의 인기, 스크린 쿼터의 영향과 1990년대 이후 한 극장에 6~7개 이상의 스크린을 가진 멀티플렉스가 등장하면서 급기야 오랜 역사의 개봉관이 문을 닫는 일도 생겼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1999년 전국 영화관객 수는 5000만명 선이었습니다. 멀티플렉스가 등장한 이후 2004년에는 1억4300만명으로 5년 새 1억명 증가, 지난 2015년엔 2억1729만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영화시장 규모 확대 면에선 멀티플렉스가 기여했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과당경쟁과 흥행작 위주 상영, 소형극장의 빈곤화 현상과 영화의 다양성 위축 등 역기능적 측면도 있습니다. 그 중에도 가장 큰 변화는 영화 배급 방식입니다. 과거 개봉관이 배급사의 영화를 선택해 상영하던 소위 '갑'의 시절이 있었지만 멀티플렉스 도입과 함께 영화 배급이 직배형태로 바뀌면서 갑을관계가 역전됐습니다.

극장은 배급사의 요구에 따라 단지 영화를 상영할 뿐입니다. 일테면 흥행이 되는 영화는 한 극장에 5~6개의 스크린을 독식하는 경우가 생기고 이러다 보니 아예 개봉관에 걸어보지도 못하고 VOD 시장으로 내몰리는 영화들이 태반입니다.          

본래 갑을관계는 계약서 상에서 계약 당사자를 순서대로 지칭하는 법률 용어 '갑(甲)'과 '을(乙)'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러니까 갑을관계는 주종이나 우열, 높고 낮음을 구분하는 것이 아닌 수평적 개념이지만 이것이 오늘날엔 강자와 약자의 관계로 변질됐습니다.

대기업 상무가 기내에서 여승무원에게 행패를 부리고, 대기업 영업 사원이 대리점 주인에게 제품을 강매한 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갑을관계는 이 시대 빅 이슈입니다. 누구나 어떤 상황에 처하면 갑이 될수도 을이 될수도 있습니다.

운전을 하면서 무단횡단하는 행인을 보며 화를 내다가 정작 자신은 황색 신호등이 들어와도 신호를 무시하고 달린 경험이 한두번 있지 않으신지요? 그러나 차에서 내려 건널목을 건널 땐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차를 보며 화를 냅니다. 이처럼 왜곡된 갑을관계를 바로잡기 위해선 역지사지가 필요합니다.

심지어 지난 주엔 청소년선교단체의 대표가 자신의 제자를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큰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이는 영적으로나 육적으로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리더십이 남용되면서 발생한 죄악입니다.

지도자는 언제나 자신을 쳐서 굴복시키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교회 리더십은 섬김이지 갑질하는 권력이 아니니까요. 교회를 이끄는 리더십이 하나님께로 비롯되는 것임을 알고 자신이 무익한 종임을 고백할 때 한국교회 리더십은 되살아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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