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품격

[ 논설위원 칼럼 ]

조재호 목사
2016년 05월 25일(수) 11:14

여의도를 지나가다 보면 강변에 두 채의 아파트가 수많은 시선을 받으며 품위 있게(?) 가지런히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꼭대기에 아파트의 이름이 멋지게 걸려 있다. '트럼프월드'.

지금까지 무심코 지나다니다가 최근에서야 '그' 트럼프가 '그' 트럼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우건설이 외환위기 중이던 1999년 부유층을 겨냥한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이름을 사용한 것이다. 물론 대우건설은 트럼프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대가로 고액의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했다.

여의도에 떡하니 걸려 있는 트럼프가 요즘 세상을 몹시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전 세계 초미의 관심인 미국 대선가도에서 중구난방 종횡무진이다. 대통령 후보 경쟁자로서의 그의 거침없는 막말 행진은 말의 내용이 가진 진실 여부를 떠나서 저급하기 짝이 없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후보로 정해지면 신문을 먹겠다고 공헌한 칼럼니스트가 급기야는 신문을 썰어서 요리를 해 먹는 일까지 일어났다. 사실 막말은 그곳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가까이에도 가끔 돌풍처럼 일어났다가 사회를 벌집처럼 쑤셔 놓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사라진다. 트럼프 이름이 하늘 높이 걸려 있는 여의도에서 주로 많이 일어난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말)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고 하던가. 우리가 하는 말은 곧 말하는 자의 존재이고 그의 품격이다. 품격의 '품(品)'자는 입 구(口)자 세 개가 모아서 만들어졌다. 사람의 품격은 대부분 그의 입(말)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은 그 말하는 사람의 품격을 드러내는 아주 중요한 척도이다. 성경은 우리의 혀(말)가 배(인생)의 방향을 조절하는 키와 같고, 삶의 수레바퀴를 불사르는 불과도 같으며, 단물이나 쓴물이 쏟아져 나오는 샘과도 같다고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재물, 혹은 그가 올라가 앉아 있는 위치나 지위가 그가 보여주고 있는 인품이나 품격과는 전혀 별개라는 사실이다.

품격은 개인의 범주를 넘어서 조직이나 국가에도 존재한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건에는 품질이 있고, 사람에게는 인품 품격이 있으며, 나라에는 국격이라는 것이 있다. 세밀한 척도로 나타낼 수는 없지만 해외에 나가보면 그 사회나 국가의 품위를 느낄 수가 있다.

이는 신앙 공동체인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한국교회는 이 시대의 한국 사회에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까 궁금하다. 가만히 눈을 감고 어떤 사람을 머리 속에 그리면 그 사람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처럼, 사람들이 눈을 감고 한국교회를 생각하면 과연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몇 명의 그리스도인이나 몇 개의 지역교회가 전체 한국교회의 얼굴을 그려내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교회와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하나하나 모자이크 조각이 되어 한국교회라는 큰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오늘의 그리스도인은 이 시대 하나님의 영광과 명예를 위해서 교회 공동체의 품격을 잘 만들어갈 시대적 책임이 있다. 꽃에서 향기가 흘러나온다. 그래서 우리는 5월의 하늘을 바라보며 꽃향기를 맡으며 심호흡을 한다.

품격에서도 향기가 배어나온다. 우리는 좀더 품격있는 교회 품위있는 그리스도인을 꿈꾼다. 힘든 세상이 그리스도의 향기를 깊이 호흡하고 생명 향기로 채워지며 삶이 치유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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