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혜창/ 갈릴리 해변에서

연지동혜창/ 갈릴리 해변에서

[ 연지동혜창 ]

안홍철 목사
2016년 03월 29일(화) 14:15

미우라 아야꼬가 쓴 '양치는 언덕'이란 소설이 있습니다. 고오스께 목사의 딸인 나오미가 료이찌라는 바람둥이에게 빠져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망가서 살게 됩니다.

그러나 남편 료이찌의 삶이 너무 방탕하여 그녀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나오미는 견디다 못해 다시 친정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마치 탕자처럼.

집 앞 현관에 서서 딸은 처음 결혼을 반대하던 아버지와 대화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아버지, 저도 한사람 정도는 사랑할 수 있어요" "그래? 사랑한다는 건 용서하는거야. 한두 번 용서하는 게 아니라 끝없이 용서하는 거야."

아버지의 충고를 무시하고 떠났다가 돌아와 현관에 서서 머뭇거릴 때, 대문 안쪽에서 들려오는 아버지의 음성. 나오미는 자신이 돌아 오길 기다려 밤에도 대문을 걸어 잠그지 못하고 수년 동안 살아오신 부모님의 마음에 뜨거운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료이찌가 폐병에 걸려 나오미를 찾아옵니다. 나오미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사랑이란 용서하는 것'이라고 타이르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권면으로 료이찌를 받아들입니다.

료이찌는 처가 집 식구들의 믿음에 감동을 받아 예수를 영접하고 거듭난 삶을 삽니다. 그는 요양생활을 하면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자기 그림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늘 그림을 하얀 천으로 가려 놓았습니다. 나오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려고 그리는 그림"이라고 하였습니다.

마침내 성탄 전야에 그림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런데 과거에 알던 여자 데루꼬로부터 전화가 와 망설이다 잠시 만납니다. 여자가 술을 권하지만 거절합니다. 여자가 술에 몰래 수면제를 타고서 "이 술 한 잔만 마시면 보내주겠다"는 말을 듣고 그 술을 마십니다. 그는 잠이 오지만 그 집에서 잠들지 않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잠이 들어 그만 얼어죽고 맙니다.

료이찌의 장례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나오미는 남편 그림의 하얀 천을 걷어 냅니다. 거기에는 십자가에 달려 피 흘리고 있는 예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예수의 발아래 청년 하나가 무릎을 꿇은 채 예수의 발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 청년의 손에 보혈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청년은 료이찌 자신이었던 것이죠.

이 소설은 인간이 참회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사랑한다는 건 곧 용서한다는 것'임을 알려줍니다. 료이찌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 주홍 같이 붉은 죄라도 다 흰 눈 같이 깨끗하여질 것을 믿었습니다.

십자가에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주는 구원의 감동입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셨고 우리가 원수 되었을 때에 그 아들의 죽으심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더불어 화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 이전에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는 화목하지 못한 원수된 관계였습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일어난 변화는 하나님과 인간과의 화해입니다.

하나님께선 이 새로운 관계를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사명을 주십니다. 하나님과 인간이 화해한 것처럼 인간과 인간, 인간과 세상도 화해할 것을 명하십니다.

자신을 세 번이나 부인했던 베드로를 갈릴리 해변에서 만나 다시금 사랑을 확인하고 사명을 주신 예수님, "주님 우리로 화해하게 하소서."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