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하지 마세요. 반토막 납니다

고소하지 마세요. 반토막 납니다

[ 논설위원 칼럼 ]

양원용 목사
2016년 03월 29일(화) 14:11

어느 날 총회 재판국에서 승소한 분이 지인들과 함께 기뻐하며 외쳤다. "주님이 이기셨습니다. 공의는 살아있습니다." 마치 전쟁터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개선장군처럼 상기된 표정으로 기쁨의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리고 필자에게 "공의로우신 재판장님!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기에 그분에게 물었다. "주님이 이기셨습니까? 아닙니다. 교회는 반 토막이 났습니다. 주님의 몸 된 교회가 망가졌는데 누가 승자입니까? 주님이 울고 계십니다.”

필자는 총회 재판국 권징 재판장으로 섬기고 있다. 지난 99회기 총회 재판국에서 재판하는 교회가 63건이었다. 올해 100회기 재판국에 권징 48건, 행정 11건이 재판 중에 있으며 올해는 80건 정도가 될 것 같다. 해마다 사건들이 많아져 재판국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재판하는 교회들이 반 토막이 나는 것이다. 2000명 모인 교회가 재판하게 되면 1000명 아래로 떨어진다. 재판하는 교회들은 교회 안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지역에서 불신자들에게 부끄러운 비난을 받으며 무너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 중에 있는 목사와 장로들은 교회를 사랑한다고 강조한다.

교회를 살리기 위하여, 교회를 지키기 위하여, 하나님의 공의를 세우기 위하여 재판까지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본인이 죽어야 교회가 살 것 같은데 상대가 죽어야 교회를 살릴 수 있다고 강변한다. 우리가 알만한 재판중인 대형교회 장로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목사님께 부탁드리지 않았습니까? 사고만 치지 마십시오." 목사가 장로와 성도들을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장로가 목사를 염려한다. 교회가 사회를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분쟁중인 교회를 염려하고 있다. 이 시대가 이가봇 시대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1970, 80년대 교회성장의 아이콘인 미국 LA 크리스탈 교회, 당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비전을 주는 교회, 적극적 사고방식으로 유명한 로버트 슐러 목사가 사역한 수정교회가 2013년 6월 30일 마지막 예배를 드리고 경매되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1970, 80년대에 교회 성장학이 활발하게 연구되며 많은 목회자들과 교회가 교회 성장에 최선을 다하였다. 그리하여 메가 교회가 많아졌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와 미래교회 모습은 '메가 교회'가 아니라, '메타 교회'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메타 교회는 미국 교회성장학자 칼 조지(Carl George) 박사가 소개한 것으로 메타와 교회를 합쳐 meta church movement 이다. 메타란 말은 헬라어로 '갱신하다, 회개하다, 개혁하다'는 뜻으로 메타 교회는 개혁하는 교회, 변화하는 교회를 의미한다.

이 시대에 필요한 교회는 대형 교회가 아니라 '개혁하는 교회'가 필요하다. 성도와 지역에 필요한 교회이다. 미국을 넘어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교회 중에 하나가 미국 시카고에 있는 윌로우 크릭 교회이다.

이 교회 빌 하이빌스 목사는 '건강한 교회'를 지향하며 사역하였다. 그가 말하는 건강한 교회는 '균형 잡힌 교회'이다. 예배, 선교, 봉사, 교제가 잘 균형이 잡힐 때 건강한 교회라고 하였다. 그러나 최근 그의 글에서 건강한 교회는 '목적을 잃어버리지 않는 교회'라고 한다.

많은 교회들이 교회 목적을 잃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의 목적은 하나님을 하나님 되게 경배 드리는 예배의 공동체, 지역을 섬기는 사랑의 공동체,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선교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주님께서 피로 사신 교회를 우리에게 맡겨주셨다. 우리는 교회가 교회 되게 해야 한다. 목사나 장로를 위하여 교회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교회를 위하여 목사와 장로가 필요할 뿐이다. 교회를 교회 되게 하기 위하여 내가 먼저 죽어야 한다.

재판에는 승자는 없다. 재판 기간에 성도들은 실족하며 교회는 반 토막이 난다. 지역사회에서 비난이 쏟아져 복음의 문은 닫힌다. 총회가 100주년을 맞이하여 "주님, 우리로 화해하게 하소서!"라고 주제를 정하였다. 제발, 고소하지 말자. 교회를 위하여 내가 밀알이 되어 화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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