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수저계급

한국교회 수저계급

[ 논설위원 칼럼 ]

곽재욱 목사
2016년 03월 09일(수) 13:29

최근 우리 사회 청년들 사이에 유행하는 '수저계급론'이라는 것이 있다. 수저계급론이란 '그는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He was born with silver spoon in his mouth.)'의 영어 표현에 나오는 '은수저'에 '금수저', '동수저', '흙수저'와 같은 계층구분을 더하여 나타내는, 부모의 재산에 따른 자신의 삶의 종속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 및 인증방식이다.

그리고 그 구분에 있어서 절대다수가 스스로 '흙수저'에 속한다고 인증하고 있음에서, 그것은 오늘의 청년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의 기회 정의에 대한 전면적 의심과 부정인 동시에 자신의 무기력을 인증하는 자학적 자화상으로 그려진다.
우리 사회에 대한 '바라는 미래상'을 묻는 최근의 한 설문에서 '지속적 성장'이라고 응답한 청년이 불과 23%인 반면, '붕괴, 새로운 시작'이라는 응답이 무려 42%라는 충격적 응답이 나왔다.

이 시대의 청년들 중 열 명 중의 네 명은 우리 사회를 더 이상 개선될 가망이 없는 부정의적 체제로 인식하고, 차라리 이 사회가 붕괴되고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말이다. 진정 이 사회를 무너뜨릴 가장 큰 위협이 핵폭탄과 미사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교회의 수저계급 현실은 이보다 훨씬 답답하고 심각하다는 데에 있다. '목회 세습 반대'의 이슈로 드러난 한국교회의 수저계급현실은 사실은 그보다는 훨씬 광범위하고 뿌리 깊은 문제여서, 목회세습은 한국교회의 수저계급의 한 드러난 대표적 양상일 뿐이다.

그 하나를 금지하고 단속하는 정도로는 한국교회의 구조에 전반적으로 드리우고 있는 계급적 구조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마녀사냥식의 사회적 해소 기제에 지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단적으로 한국교회는 노화되고 화석화되어가고 있다.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거나, 그들이 많이 모인다는 교회에 몰려가거나, 그들만의 교회를 만들거나, 심지어 '신천지'와 같은 사이비적 공동체 같은 데에 몰입하는 극단적 방법을 통하여 교회로부터 정서적 이민을 떠나고 있다.

우리가 어릴 적 다녔던 교회 마당에는 언제나 삼촌, 고모들과 그 또래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지금은 교회마다 부족한 청년 교사와 찬양대원 충원에 애를 먹고 있으며, 아직까지 주방에서 밥을 짓고 있는 노인 권사님들의 뒤를 기꺼이 이을 봉사자들을 찾느라 걱정하고 있다.

사람이 많은 탓인가 욕심이 많은 탓인가? 수요의 두 배 혹은 그 이상을 생산해 놓은 신학생들과 부목사들이야 말로 한국교회의 흙수저 계급의 핵을 이룬다.

출구정체가 극에 달한 교통대란으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담임목사 청빙에 100대 1, 세 자리 수의 경쟁률이라는 말이 들리더니 근자에는 서울에 있는 대형 교회 부목사 청빙 공고에도 세 자리 수에 이르는 경쟁률을 보인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수년전 서울 시내 한 유명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은 적이 있다. 검진 차트에 나와 있는 목회자 신분을 확인하고서 검진센터 병원장께서 검진결과 설명을 하겠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시중의 한 대형교회 안수집사인 그 병원장은 검진평가는 뒷전이고 자기 하소연을 늘어놓기를 시작하였다. '자신의 나이가 50대 중반에 이르렀는데 출석하는 교회의 정서상 그 나이로는 언감생심 장로가 될 꿈도 꾸지 못하는 형편'이란다.

'5년 뒤면 자신도 은퇴하는데 그 때 되어서 장로가 되면 뭘 하겠느냐고, 일할 수 있을 때에 일하고 싶은 사람 뽑아줘야 되지 않겠느냐'는 볼멘소리였다. …세어보니 지금쯤 그분이 은퇴 연령에 다다랐지 싶다. 그리고 바라는 바 장로가 되셨는지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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