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혜창/페이스메이커

연지동혜창/페이스메이커

[ 연지동혜창 ]

안홍철 목사
2016년 02월 02일(화) 10:12

페이스메이커(Pace maker). 육상의 장거리 경주, 마라톤과 같은 경주에서 자신의 능력보다도 빠른 페이스로, 또한 다른 선수의 목표가 될 만한 속도로 소속팀 선수를 유도하며 앞질러 가는 주자를 지칭합니다.

보통 42.195 킬로미터의 7부 능선인 30 킬로미터까지 완주하고 시합을 포기하는, 일테면 팀의 에이스 선수를 금메달로 만들기 위한 희생양입니다. 소위 스포츠계에선 이를 '조직적인 팀 플레이와 전략'이라 표현합니다. 물론 자신의 경기를 포기하는 희생을 감수하며 소속팀이 승리한 것에 만족하며 희열을 느끼겠지만, 정말 그 선수 속 마음은 괜찮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년 전 이것을 주제로 한 영화가 국내 개봉되기도 했습니다. 주인공 만호는 가난합니다. 그는 동생을 위해 돈을 벌어야 했고, 그때부터 페이스메이커를 했습니다. 인생 시작부터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한 페이스메이커의 길을 간 그는, 국가대표지만 결국 올림픽에서조차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게 됩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가 이미 완주할 능력을 상실한 것입니다. 그의 몸은 이미 30 킬로미터에 길들여져 있었던 것이죠.

그런 만호에게 완주의 영감을 준 것은 바로 지원이라는 장대높이뛰기 동료육상 선수입니다. 뛰어난 미모와 국내 최고의 기량으로 CF촬영은 물론 연예인 데뷔 제의 등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스포츠 스타 지원. 하지만 정작 본인은 간절히 원하는 것과 쉽게 할 수 있는 것 중 무엇을 하는게 좋을 지 심각하게 고민합니다.

자신은 운동이 너무 좋지만 정작 본인의 기록은 세계 기록과 너무 차이가 있고, 연예계나 방송 일은 쉽게 하면서 돈방석에 앉으니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여기에 고민이 있는 것이죠. 만호는 계속해서 소모품처럼 살아가는 자신의 삶 속에서 한 순간 깨닫습니다. 중요한 것은 승패가 아니라 끝까지 완주하는 것임을.

마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 말한 것처럼 말이죠. 라틴어로 '현재를 즐겨라'는 뜻의 이 말은 "매사를 억지로가 아닌 적극적으로 그리고 정말 즐거운 일을 하면서 살라"는 의미입니다.

예수님께서도 겟세마네에서 기도하실 때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얼마나 간절히 기도하셨는지 "땀이 땅에 떨어지는 핏방울같이 되더라"고 했습니다. 육신을 입으신 하나님의 아들도 할 수만 있다면 그 독배가 지나가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선 당신이 이 땅에 오신 궁극적인 이유, 자신이 해야할 일을 분명하게 알고 계셨기에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고통을 적극적으로 감수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뤄낸 것입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내 곁에서 묵묵히 나를 응원하고 뒷바라지해주는 이가 있습니다. 부모님과 스승, 배우자가 그 역할을 감당합니다. 내 인생의 진정한 페이스메이커는 누구일까요? 그분은 바로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고 말씀하시며 독생자까지 아낌없이 내어주신 하나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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