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섭과 통제의 끈을 풀고 '골방'에서부터 나오라!

간섭과 통제의 끈을 풀고 '골방'에서부터 나오라!

[ 논설위원 칼럼 ]

이의용 장로
2016년 01월 12일(화) 15:34

연말에 크리스천기자협회 송년모임에서 우수 기자를 시상하고, 식사를 같이 하며 당면한 어려움을 물어봤다. 첫째는 종이 매체 독자의 급격한 감소였고, 둘째는 그걸 극복하는 데 긴요한 의욕의 상실이었다.

독자 확보를 위해 과감하고 의욕적인 시도를 해보지만, 그때마다 교계 '시어머니들'의 간섭과 통제에 막혀 의욕을 잃게 된다며 하소연을 했다. 창간 70년을 맞는 우리 한국기독공보의 '시어머니들'은 누구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 교회에도 일은 돕지 않고 간섭과 통제만 하려는 '시어머니들'이 적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마다 '다음 세대'란 말을 부쩍 많이 쓴다. 신앙과 교회를 이어받을 '다음 세대'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10-100의 법칙'이란 게 있다. 불량한 제품을 공장에서 발견하면 1의 손실이지만, 시장에 유통되면 10,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면 100의 손실을 초래한다는 말이다.

이 법칙이 때로는 '1-100-10000의 법칙'일 수도 있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면 1의 비용이면 될 것을, 소 잃은 다음에 고치려니 1만의 비용을 들여도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만다. 안타깝게도 우리교회는 다음 세대를 든든히 세울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것 같다. 지금이라도 교회는 '다음 세대'가 왜 교회를 떠나가는지, 왜 교회로 오지 않으려 하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금 이 순간에도 급하게 진화하고 있다. 이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하려면 변화에 민감해져야 하고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학문, 성격, 경험, 관습, 신앙 등 자기만의 골방을 갖고 산다.

골방은 달팽이집처럼 변화의 비바람도 피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안 해도 되는 평화로운 공간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다"는 느긋한 세상에서 살아온 기성세대로서는 시대가 요구하는 급한 변화와 소통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변화와 소통이 없는 '골방'으로 피하려 한다. 그리고 거기서 좀처럼 나오려 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그 견고함은 강해지고, 거기서 나오는 독선과 권위주의, 불통은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그렇지만 정작 본인은 골방에 갇혀 있는 자신을 발견하지 못한다.

개구리가 우물 안에서 나오지 않으려는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우물 안이 세계의 전부라는 무지함, 우물 벽을 기어오를 수 없는 무기력함, 우물 바깥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 우물 바깥에 나가 다른 존재들과 맞닥뜨려야 하는 부담 등이 그것이다.

수년 전 미국경영인협회는 21세기에 인재들이 갖춰야 할 역량으로 비판의식(Critical Thinking), 소통(Communication), 협력(Collaboration), 창의성(Creativity) 등 '4C'를 제시했다. 골방에 오래 갇혀 있으면 4C에서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교회의 지도자 중 '4C'에 취약할 수 있는 60세 이상은 장로가 80%, 목사가 50%를 넘는다. 시대의 변화와 소통에 취약한 '골방세대'가 이끄는 공동체에 여전히 남아 충성할 '다음 세대'를 찾기는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내일 일은 다음 세대에 맡겨야 한다"며 70세가 되면 국민 투표를 하지 않겠다던 지인의 말이 생각난다. '다음 세대'가 결정할 일을 '지난 세대'가 결정하려는 의식부터 바꾸자! 그리고 '다음 세대'를 '현역 세대'로 인정해주자! 간섭과 통제의 끈을 풀고, 그들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도록 많은 걸 맡기고 뒤에서 기도하며 응원하자! 우선 '골방'에서 나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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