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혜창/길을 아는 자의 '여유'

연지동혜창/길을 아는 자의 '여유'

[ 연지동혜창 ]

안홍철 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6년 01월 06일(수) 10:16

이 세상의 길은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예로부터 숲길, 오솔길, 돌담길 등 길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사람이 걸어 다니며 생겨난 길은 교통의 발달에 따라 점점 확대되었습니다. 처음엔 마차가 다니는 육로였지만 강이나 바다에도 뱃길이 생겨났고 비행기가 발명되고 나선 하늘길도 생겼습니다.

고대 로마의 경우 최초의 길은 아피우스가 만든 '아피아 가도(Via Appia)'입니다. 로마의 길은 군사적인 목적 때문에 건설 되었습니다. 로마는 주변국가를 먼저 정복하면서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게 되고, 그 때마다 군대를 빠른시간에 보내기 위해 도로를 포장하게 됩니다.

로마식 도로는 먼저 땅을 판 다음 자갈을 채워넣고 그 위에 넓은 판자형태의 돌로 덮는 공법인데 길옆에 배수로까지 만들었다고 하니 당대 로마인들의 지혜와 기술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짐작케 합니다.

이러한 도로들은 실제로 당시의 고속도로와 같은 역할을 하여 로마의 군대가 신속하게 목적지에 도달하게 해주었고 이후 카르타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로마식 가도는 이탈리아 반도 전체를 동서남북으로 관통함은 물론 그리스와도 닿게 되었습니다. 이후 율리우스 카이사르(시저) 시절에 지금의 프랑스 독일 지역인 갈리아 지방과 스페인 지역까지 확장하게 됩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무렵이지 싶습니다.

단테는 '신곡' 서두 '지옥 노래 1'에서 "인생의 나그네 길 반 고비에서 눈떠 보니 나는 바른 길을 벗어나 캄캄한 숲 속을 헤매고 있었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헤르만 헤세도 '데미안'에서 "모든 인간의 일생은 자기에게 도달하는 길, 자기실현의 길"이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길이란 실제로 우리가 걷는 공간적 개념부터 인간의 일생 궤적을 표현하는 추상적 개념까지 다양하게 표현됩니다. 인생길은 여행과도 같습니다. 때론 즐겁고 경이롭지만 때로는 고되기도 합니다. 여행(travel)의 어원이 '고생(travail)'에서 나온 것도 이같은 연유일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열두 제자 중 하나인 도마의 질문에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답하십니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여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게 됐을 때 예수께서는 자신이 친히 우리의 길이 되어주기 위해 오셨음을 밝히셨습니다. 세상의 길은 바른 길 같아도 결국엔 사망의 길입니다. 하나님 아버지께로 이르는 유일한 길은 예수 그리스도 뿐입니다. 그 길 끝에는 생명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와 같은 길을 걸을 때에라도 우리와 함께 하시고 마침내 잔잔한 물가로 인도하십니다.

길을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천지 차이입니다. 아는 길은 훨씬 가깝고 안전합니다. 그러나 모르는 길은 아득하고 두려움이 가득하며 때로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열정(passion)이라는 단어는 '기꺼이 고통받다(passio)'라는 라틴어에서 나왔습니다. 새로운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익숙하고 편안한 자신의 정체성을 부수고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는 고통을 기꺼이 경험하는 일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2016년. 독자 여러분 모두 길을 아는 자의 '여유'를 넘어 새롭게 열리는 한 해를 열정적으로 시작하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안홍철 목사 / 상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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