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가꾸기

정원 가꾸기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장덕순 목사
2015년 10월 12일(월) 18:48

교회 건축을 한 후 정원을 가꾸어 보기로 마음 먹었다. 건축을 한 교회가 깨끗하고 아름답기 때문에 이 아름다움을 더하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정원을 가꾸기 시작한 것이다.

운동장에는 천연잔디를 심고, 운동장 주변을 둘러서 나무를 심기 시작하였다. 소나무, 이팝나무, 조팝나무, 수국, 장미, 산딸나무, 향나무,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단풍나무, 구조물이 올라오는 곳을 감추기 위해서 담쟁이 넝쿨, 대나무, 향나무, 철죽, 목련, 목단, 백합, 꽃잔디, 그리고 운동장 한쪽 켠에 감나무를 심었다. 건축 후 교회 부채도 있고 해서 일손이 많이 딸리는 지라 직원 한 둘과 함께 정원을 가꾸어 나갔다. 필요한 나무가 있으면 나무를 구입하기 위해서 이곳 저곳도 알아보고, 나무를 예쁜 틀로 잡기 위해서 가지치기도 해보고, 하지만 아마추어라 모든 것이 서툴기만 하였다. 가지치기를 하다가 잘못해서 나무의 형틀을 이상하게 만들어 놓기도 하였다. 그 나무에게는 여간 미안한게 아니었다. "예쁜 너를 내가 못나게 만들었구나.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해주었다.

정원을 가꾸다보니 나무를 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었다. 잡초를 뽑아주는 일이다. 잡초를 뽑는 것은 거의 전쟁 수준이다. 날마다 자라는 잡초, 매일 매일 잡초와의 싸움이었다. 비가 온 다음 날은 굳은 결심을 하고 정원을 향하여 전사처럼 나간다. "잡초야, 너 거기에 있거라. 내가 나간다" 아마 황산벌에 나가는 계백 장군의 마음이 이런 마음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잡초를 뽑다가 보면 여러 가지 현상들이 생긴다. 허리가 아프고, 무릎이 저려온다. 특히 잔디밭에 있는 잡초는 호미를 대지 못하기 때문에 일일이 뽑아야하는데, 잡초를 뽑다 보면 엄지, 검지 손가락에 힘이 빠져 나중에는 내가 무엇을 쥐었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잡초를 뽑다가 아이구 허리야 하면서 한번 일어나면 온 세상이 돈다. 눈에 별이 번쩍거리며 어디 먼 별나라에 다녀온 듯한 느낌이 든다. 무엇인가를 붙들어야 쓰러지지 않는다. 지독한 현기증이다. 정원을 가꾸는 나를 보고 교인들이 웃으면서 말을 던진다. "목사님 얼굴이 까맣게 되었어요."

힘든 정원 가꾸기를 8년째 하고 있다. 나무 심고, 거름 주고, 잡초를 뽑고, 목회 하다가 틈만 나면 정원으로 달려가서 나무들을 살핀다. 처음에는 어설프기만 한 정원이 이제 바라볼수록 우거지기 시작하고, 틀도 잡혀가서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하다.

정원을 가꿀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조용히 목회의 원리를 가르쳐 주신다. 나무를 심듯이 교인들에게 말씀을 심어주고, 물을 줄 때마다 교인들을 위해서 기도해주고, 잡초를 뽑을 때마다 내 마음에 죄들과 교회를 무너뜨리는 잡초같은 것들을 뽑아내고, 그리고 매년 나무 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내듯이 쉬지 않고, 인내하면서, 부지런히 교회를 가꾸어 나갈 때 교회가 아름답고, 풍성해지고, 나무가 우거지듯이 교회가 부흥한다는 깨달음이다.

우리가 점점 부지런함, 꾸준함, 인내함, 깨끗함, 자신을 돌아봄, 나무 한 그루를 감사하듯이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감사를 잃어버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교회 부흥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나무를 가꾸듯이 교회를 하루 하루 꾸준히 가꾸어 나가는 것이다. 심고, 물주고, 잡초를 뽑아내고, 가지치기를 해줄 때, 하루 하루, 한해 한해를 지날 때마다 교회는 푸른 숲, 아름다운 정원처럼 부흥되어 있고, 풍성함이 깃들 것이다.

장덕순 목사 / 이리신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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