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좋은 이유

5월이 좋은 이유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조용훈 교수
2015년 04월 28일(화) 17:16

진실함과 선함, 그리고 아름다움 즉 진선미(眞善美)는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했던 가치다. 그런데 기독교가 세 가지 가치 가운데 진실함과 선함에 비해서 아름다움이란 가치를 소홀히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만한 신학적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아름다움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잊고, 아름다움 자체에 탐닉하거나 형상화해서는 안 될 하나님조차 형상화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름다움이란 가치의 중요성을 잊어버릴 때 기독교 신학과 신앙생활이 커다란 손실을 입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기독교 신앙에서 바른 교리만 강조할 때 교리적으로 메마른 신앙인이 되어 교리논쟁을 일삼게 되고, 바른 실천만 강조할 때 도덕적 위선이나 율법주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한국교회가 가톨릭과 비교해 볼 때 예배당 건축이나 기독교 미술의 발전이 더디고, 계속되는 교단 갈등과 분열을 겪는 이유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유용성이나 효율성의 가치만 중시하는 경제주의 세계관과 과학주의 세계관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아름다움이란 가치는 여전히 무시를 당하고 있다. 교리주의나 도덕주의에 사로잡힌 신앙인들에 의해서 아름다움이란 가치가 지닌 신앙적 중요성도 여전히 간과되고 있다. 우리가 교리주의나 도덕주의 폐해로 말미암는 오늘의 한국교회 위기를 극복하려면 신앙생활에서 아름다움이란 가치의 중요성을 되찾기 위해 힘써야 한다.

신앙생활에서 아름다움이란 가치가 중요한 이유는 하나님의 본질적 속성 가운데 하나가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악마는 추하고 더럽지만, 하나님은 아름답고 멋지신 분이다. 하나님은 진실함과 선함의 근원일 뿐만 아니라 아름다움의 근원이시기도 하다.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아름다움은 전부 하나님으로부터 나온다.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음악과 미술 아름다움, 그리고 사람의 아름다움도 모두 하나님께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아름다우신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신자라면 누구나 감탄과 감사의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진실만이나 선함만을 추구하는 신자들이 간혹 인간미를 잃어버리는 것과 달리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신자들은 여유와 멋을 지닌 신앙인으로 성장해 갈 수 있다.

작년 말 진모영 감독의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많은 사람들을 울렸다. 주인공 할머니가 자주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예쁘다'였다. 꾀꼬리 울음소리도, 길가에 핀 이름 모를 들꽃도, 주름살 가득한 할아버지도 모두 예쁘다고 한다. 예쁘다는 말은 경이로움과 감사를 표현하는 언어다. 그 감탄사와 감사의 언어는 89세 노인을 소녀로 만들고, 평범한 일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성서의 창조이야기에도 하나님의 감탄사가 나온다. 하나님은 하늘과 땅과 모든 존재물들을 만드실 때마다 '예쁘다' '아름답다'고 감탄하신다. 짧은 창조이야기 가운데 무려 일곱 번이나 이 표현이 반복된다. 하나님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5월은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시인 노천명은 그의 시 '푸른 오월'에서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렀다. 5월은 집밖으로 한 발짝만 나가면 금세 찬양과 감사가 터져 나오면서 아름다우신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계절이어서 좋다.

조용훈 교수 / 한남대 기독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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