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바의 고향 구브로와 분단의 비극

바나바의 고향 구브로와 분단의 비극

[ 선교 ] WCC 리포트(2): 실행위원회에 다녀와서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5년 01월 27일(화) 14:35
   
▲ 남싸이프러스와 북싸이프러스를 나누는 경계지역의 초소

2014년 11월 말 WCC 실행위원회가 개최된 싸이프러스(키프로스)는 신약성경의 사도행전에서 바나바의 고향으로 일컫는 '구브로'이다(행 4:36). 싸이프러스는 지중해에서 세 번째로 큰 섬으로서 팔레스타인과 소아시아의 지척에 놓여 있다. 이 섬 동쪽에 있는 고대도시 살라미스(콘스탄티아)는 초대교회의 탁월한 사도인 바나바의 고향으로서 박물관(이전 수도원)과 묘지를 간직하여 그를 기리고 있다. 바나바와 바울의 첫 선교여정을 기리는 순례의 길이 섬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져 있다. 서쪽의 바보는 두 사도가 이 섬을 떠나서 소아시아로 출발한 지점이다(행 13:4-12).
 
불행하게도 사랑과 화해의 사도이자 위로의 아들인 바나바의 고향은 우리 한반도처럼 남북 분단의 비극을 40년째 경험하고 있다. 그리스계와 터키계가 인종과 종교를 뛰어 넘어서 함께 살아오던 싸이프러스는 1974년 터키의 침공으로 인해서 남북으로 분단되었다. 40년에 걸친 터키의 점령으로 인하여 싸이프러스는 분단이 초래하는 폭력과 비극을 경험하고 있다. 1974년 한 해 동안 당시 남성 인구의 2%에 해당하는 6,000명의 군인과 시민이 사망했으며 1,619명이 실종되었다. 한 집단학살의 장소에서는 350여구의 실종자 시신이 발견된 바 있다. 또한 터키의 북싸이프러스 점령으로 인해서 그 지역에 살던 그리스계 싸이프러스인 20만 명이 남싸이프러스로 탈주함으로써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고향과 삶의 터전을 잃게 되었다. 반면에 터키계 싸이프러스인들이 터키 치하의 북싸이프러스로 대거 이주함으로써 남북분단이 사실화되도록 하였다.
 
1983년에 북싸이프러스는 '북싸이프러스 터키 공화국' 정부를 수립하였는데, 이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터키만 인정하고 있다. 남싸이프러스 곧 '싸이프러스 공화국'은 유엔 회원국이자 유럽연합(EU)의 구성원으로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고 있다. 터키의 점령으로 인하여 싸이프러스의 풍요로운 문화와 신앙 유산이 복원 불가능할 정도로 파손되었다. 엄청난 성화들과 성물들이 터키의 약탈자들에 의해서 경매시장을 통해 외국으로 팔려나갔다.
 
싸이프러스인들은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국제사회와 유엔의 공헌을 기대하고 있는데, 싸이프러스 공화국의 정교회는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WCC의 특별한 관심을 촉구하고자 실행위원회를 초청했다. 싸이프러스에 파송된 유엔 특사와의 대화시간이 있었는데, 그는 남북 싸이프러스가 최근에 발견된 석유와 가스를 함께 개발하며 경제발전을 이룩하자는 미래의 비전에 동의를 한다며 긍정적 발전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남북 관계를 회복시키는 대화에 필요한 기초적인 상호 신뢰가 현재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 큰 문제라는 점도 지적하였다. 점령과 분단으로 인한 아픔의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회복적 정의의 실현, 그리고 용서와 치유와 화해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통일, 상생, 번영이라는 공통된 미래의 비전과 현재의 신뢰 부족이라는 싸이프러스의 모순이 우리 한반도의 상황을 연상시켰다.
 
현재 싸이프러스에는 러시아인들과 중국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 교회의 성지 방문과 순례의 여정에 바나바의 고향인 구브로 곧 싸이프러스를 포함시켜서, 지중해 세계의 풍요로운 신앙 유산을 체험할 뿐 아니라, 한반도와 싸이프러스 두 지역의 평화로운 남북통일을 위하여 함께 기도하는 성도의 교제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현주
부산장신대학교, WCC 중앙ㆍ실행위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