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자

다시 시작하자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서정오 목사
2015년 01월 15일(목) 13:31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밝았지만, 마음은 그리 밝지 못하다. 120년 전 일제에 의해 국모가 살해당했던 국치의 해이기도 하지만, 그 때의 민족적 국가적 상황이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솔로몬은 '해 아래 새것이 없다'고 말했지만, 그리고 모 역사가는 자신이 평생 역사를 공부하면서 얻은 결론이 '인간은 역사 속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않는다'는 것이라 했지만, 왜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해 하면서 앞선 이들의 전철을 따라가고 있는 것일까 하는 자괴감 때문이다.
 
나라 안팎으로 할 일이 이렇게도 많은 시기에 왜 정치인들은 사소한 것들에만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가? 세계 경제의 격랑 속에서 우리들의 살림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 분명한데도 왜 기업인들과 노동자들, 그리고 정책입안자들은 대국적 결단을 하지 못하고 시간만 죽이고 있는가? 사회적인 이상현상으로 수많은 범죄와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저질러지는데도 왜 우리는 그 해결의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가? 아니, 이런 판국에 왜 교회들은 제 몫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둘째 치고 교회의 정체성마저 흐려지게 하고, 지도자들은 여전히 눈앞에 보이는 지극히 지엽적인 문제들에 목을 매고 있는가?
 
새해에는 결심을 하지만, 연말이 되면 다시 '아무 일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후회로 보내는 일들을 서너 번 반복하다가 보면, 새해에 결심하는 일조차 부질없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어느 순간엔가 그 '새해 결심'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해 봐야 소용없는 치기'로 치부하고 새해가 되어도 작년과 별로 다르지 않은 마음으로 조용한 절망 가운데 시작하곤 한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인생이 아닌가? 한 번 가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단 한 번 삶의 기회가 아닌가? 연말에 도루묵이 되는 한이 있어도 포기하지는 말자. 계속 결심하고 각오를 다지자. 처칠의 충고처럼 '결코 포기하지 말자' 그렇다면, 을미년 새해에 무엇을 다시 결심한 것인가? 다음 세 가지만이라도 올 한 해에는 다시 시작해 보자.
 
첫째, 정직을 세우자. "한 마디 거짓말로 인도가 독립될 수 있다 해도 나는 거짓말 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거짓으로 세워진 나라는 곧 무너질 터이니까…." 간디의 말이다. "나라를 망하게 한 거짓, 나는 평생에 거짓말을 하지 않으리라." 도산의 말이다. 이 시대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거짓이다. 이것만이라도 다시 세워가도록 해야 한다.
 
둘째, 배려를 배우자. 인간의 근본적인 죄가 무엇인가? 이기심이다. 자기중심주의다. 예수님은 그런 인간의 죄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되어 오신 하나님이시다. "내가 죽으니 너희는 살라" 하셨다. 십자가는 이기심을 못 박고 남을 살리는 '배려'의 표이다. 성숙이란 적대감(hostility)에서 호감(hospitality)으로 바꾸어 가는 것이라고 헨리 나우웬은 말했다. 배려야 말로 신앙의 본질이다.
 
셋째, 기도를 다시 시작하자. 신앙은 말이 아니다. 논리나 교리나 신학적 개념도 아니다. 신앙은 실재이신 하나님과의 만남이요, 그 만남을 통한 거룩한 변화요 행동이다. 기도하지 않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먼저 그 분 앞에 무릎을 꿇자. 이 민족과 사회와 통일문제와 교회의 미래와 나의 미숙한 인격과 삶을 드려 그분의 은혜를 구하자. 그 때,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풀어 주시리라.

서정오 목사/동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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