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노후, 대책 안서는 미래'

'선교사 노후, 대책 안서는 미래'

[ 선교 ] 10년 내 은퇴대란, 70% 노후 준비 못해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4년 11월 04일(화) 15:53

본교단 총회 세계선교부 설립이 27년여가 지나면서 본교단의 파송을 받은 1세대 및 1.5세대 선교사들의 은퇴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99회 본교단 총회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2014년 6월 20일 현재 87개국 708가정에 1,327명의 본교단 파송 선교사가 사역을 하고 있다. 이 가운에 향후 10년 안에 은퇴하는 인원은 340여 명. 1987년 세계선교부가 조직된 직후 초창기에 파송된 선교사들이 본격적으로 은퇴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향후 10년 안에 은퇴하는 선교사들은 20년 이상 선교현장에서 종사한 이들이 대부분으로 평생을 복음전파를 위해 헌신한, 격려 받아 마땅한 주의 일꾼들이다. 본교단 선교사들의 정년은 65세로, 70세까지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

'은퇴대란'으로 명명되는 선교사들의 은퇴가 연이어 진행되고 있지만 본교단에서는 이렇다 할 대비책을 마련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선교사들 개개인 또한 대부분 은퇴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들은 한국의 목회 상황으로 보자면 자립대상교회의 은퇴 목사와 비슷한 상황이 되는 셈이다.

# 70% 이상이 은퇴준비 못해

지난 2010년 7월 열린 PCK 전체선교사대회에서 65가정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선교사 중 전체의 85.4%가 총회연금을 가입하고 있으며, 2개 이상의 연금을 가입하고 있는 선교사들은 12.3%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총회연금에 가입을 한 것과 실제 납입을 하고 있는가의 여부는 차이가 있어 연금가입이 연금수령으로 이어질지는 보다 정확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은퇴에 대한 계획을 갖고 준비해야 하는 선교사는 30%. 다시 말해 설문조사 대상 선교사들의 약 70%는 현재 은퇴준비를 하고 있지 못하다고 대답한 것이다.
 
조사에서는 은퇴 후 한국 거주를 희망하는 선교사는 71%로 선교사들이 은퇴 후 한국에 거주하기 위해서 해결되어야 하는 가장 큰 문제는 가장 큰 재정이 소요되는 주거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 선교사들이 자신들의 재정으로 주택을 구입하고 생활하기에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상태다.
 
이러한 선교사들의 어려움을 알고 있는 총회 세계선교부는 적은 경제적 지출로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선교사들이 국민주택부금(주택청약)을 가입, 주택 매입이나 임대주택 신청자격을 취득하게 하고 있다. 현재 전체 선교사중 약 20% 정도인 250여 명이 주택청약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선교사 은퇴관 건립, 새 청사진 필요

현재 본교단 선교사들이 총회에 가장 원하는 것이 선교사들의 은퇴관 건립이라고 할 수 있다.
 
본교단 총회 세계선교부는 지난 2002년 선교사 은퇴관을 건립한다는 원칙을 세운 바 있지만 지금까지 기금을 조성하거나 부지를 매입하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은 여전히 없는 실정이다. 지난 2006년 세계선교대회에 참가한 선교사들이 직접 전국을 돌며 은퇴관 건립을 위한 종잣돈을 마련했지만 이 재정마저도 당시 행사비용과 선교사 안식관(일시 귀국한 선교사들을 위한 시설) 구입 비용으로 거의 다 소진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도 당시 모금액에 대한 사용 부분에 있어서는 총회 세계선교부와 본교단 세계선교사회 사이에 이견이 있다.
 
그러나 당시 실무자들이 거의 사임한 상황에서 그 책임 여부만 따지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 송광옥 선교사는 올해 세계선교사회 공동회장에 선출되면서 "은퇴관 건립의 불씨를 다시 살려놓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니어 선교사는 "인원과 재정적인 한계로 인해 선교사 관리에도 그 역량이 다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퇴 선교사에 대한 대책을 총회 세계선교부만을 탓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은퇴선교사 관리의 필요성을 본교단 교회들이 인식하고 도와야 한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여론을 조성하고 기본적인 청사진을 하루 속히 마련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총회 세계선교부 박영주 선교사는 "선교사 은퇴 대책수립을 위해 선교학 교수들에게 논문 수준의 연구를 의뢰하고 지금의 상황을 냉정히 인식한 상태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것, 당장 할 수는 없지만 꼭 해야 하는 일들을 찾아 계획을 세우고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본교단 선교사 훈련 교관 출신 김종성 목사는 최근 그의 저서 '하나님의 선교사 A to Z'에서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미래를 준비해서는 안된다"며 "은퇴 후 주택과 생활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금을 들거나 생활비와 사역비를 구분해 생활비의 일부(10% 정도)를 은퇴 후를 위해 저축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또한, 김 목사는 "한국은 군, 경찰 등의 직업군에 속한 사람이 은퇴할 때 그들에게 사회 적응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같은 문화권 안에서도 이와 같은 배려가 이뤄지고 있는데 하물며 타 문화권에서 수십 년 간 사역하고 은퇴하는 선교사들을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가?"라고 반문하고 "그들이 은퇴 후 교회에 적응하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교계, 기독교 기업 등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장을 개발, 제공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교사 은퇴대란이 미래의 일이 아닌 현재의 상황이 된 지금, 교단도, 교회도, 선교사 개인도 이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때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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