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노치준 목사
2014년 07월 29일(화) 13:38

고대 로마 제국이 번성하던 시절 원정을 나가 승리한 후 돌아온 개선장군의 행렬이 자주 있었다. 말을 타고 당당하게 들어오는 장군 뒤에는 군인들이 열을 지어 호위하였고 그 뒤에는 전쟁 포로들과 전쟁 노획물이 뒤따라 왔다. 개선 행렬의 양 옆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나와서 환호성하며 개선장군을 찬양했다. 이렇게 영광스러운 개선행렬을 하는 장군의 바로 뒤에 사제나 노예 한 사람이 뒤따라 오면서 개선행렬의 분위기와 맞지 않는 소리를 쳤습니다. "메멘토 모리" 즉 "죽음을 기억하라"고 개선장군을 향해서 외쳤습니다. 이 외침 속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들어 있었다. '당신도 언젠가 전쟁에 패하여 당신이 죽인 적들처럼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비록 전쟁에 패하지 않는다 해도 당신에게도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을 기억하라', '죽을 수밖에 없는 인생임을 알고 개선행렬의 영광에 취하지 말고 겸손하라'는 것이다.

로마 개선장군의 뒤에서 외치는 소리가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의 귀에는 수 없이 많은 '죽음을 기억하라'는 음성이 들리고 있다. 온 국민을 슬픔과 아픔에 빠뜨린 세월호 침몰 희생자들,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죽음의 순간까지 조종간을 붙잡았던 광주에 추락한 소방헬기 조종사,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미사일을 맞고 떨어진 말레이 항공 비행기의 승무원과 승객들, 이스라엘 군의 폭격에 죽어가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테러 희생자들 이 모든 사람들은 우리들을 향하여 "죽음을 기억하라, 죽음을 기억하라"고 부르짖고 있다. 이것은 "죽음이 언제 올지 알 수 없음을 기억하라", "우리의 억울하고 무고한 죽음을 기억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의 작란(作亂)을 중단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 성도들은 '죽음을 기억하라'는 음성 속에서 슬픔, 분노, 절망의 음성을 듣고 함께 아파해야 하겠다.
인생의 한계를 깨닫고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 언제 죽음이 찾아올지 모르는 짧은 인생을 살면서 죄와 욕망에 매인 헛된 삶을 살아서는 안되겠다. 뿐만 아니라 "죽음을 기억하라"고 외치는 음성들을 향해서 소망의 소식을 전해야 하겠다. "참새 한 마리가 땅에 떨어지는 것까지도 보시는 하나님이 우리 인생들의 죽음을 보고 계신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죽음은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죽음이 있음으로 부활이 있고 새로운 생명이 있다"하고 외쳐야 하겠다.

대학(大學)에 보면 "마음이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는 말이 있다. 우리는 지금 '죽음을 기억하라'는 외침으로 가득한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음성 속에는 이 시대 인생들의 안타까운 부르짖음과 하늘의 음성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이 헛된 세상 영화와 안일함에 빠져 있으면 이 속에 들어있는 하늘의 거룩한 음성을 듣지 못하게 된다. 우리의 마음을 모아 이 속에 들어있는 하늘의 음성을 듣자. 그리하여 우리 시대의 눈물과 탄식을 위로하면서 "천국을 바라보라", "생명의 근원이 되시는 주님을 바라보라"는 소망의 메시지를 함께 전하자.

노치준 목사 / 광주양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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