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낭비하지 맙시다

고통을 낭비하지 맙시다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박진석 목사 jspark1964@daum.net
2014년 06월 10일(화) 16:23

 
월드컵 4강 성취로 2002년 온 국민이 큰 기쁨과 축제의 분위기로 하나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참사의 경우는 온 국민을 상처와 분노로 하나되게 하고 있다. 치유하시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상처입은 치유자들의 공동체인 교회야말로 이 민족적인 상처와 고통 앞에 겸손하고 낮은 마음으로 하나님의 긍휼 안에서 온 국민들이 하나될 수 있도록 기도하며 섬겨야 할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지나온 역사 속에서 잊어야 할 것과 끝까지 잊어서는 안될 것이 있다. 이번 인재의 경우에도 잊어야 할 요소들이 있다. 모두의 삶을 좀먹어가는 파괴적인 절망감과 울분과 상처는 털어버리고 봉합해가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통하여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요소들이 있다. 그것은 그 동안 소홀히 여겨온 사회 전 분야에서의 기본적인 안전 시스템과 여전히 만연해 있는 부정부패 요소들에 대해서는 결코 잊지 않고 계속 점검하고 개혁해가야 할 것이다.
 
종교학자 엘리아데는 종교적 인간으로서의 삶의 모습을 일상과 탈일상으로 분석했다.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종교적 체험과 같은 특별한 의미와 영향력을 가진 소위 탈일상의 경험들을 통과하고 난 다음에는 이전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추구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건은 온 국민들이 다 함께 겪고 있는 탈일상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이든 공동체든 의미있는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한다. 첫째, 이전 것과의 결별 단계(ending stage), 둘째, 변화를 위한 중간 지대 단계(neutral zone stage), 셋째, 새로운 출발 단계(new start stage)가 그것이다. 변화를 위한 이 세 단계의 과정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단계가 소위 중간 지대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중간지대는 마치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탈출하여 홍해 바다를 건넘으로 시작되는 광야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단계의 시기는 대개 아픔, 분노, 무의미, 절망감, 고독, 방황 등의 수많은 내면적 시험과 유혹이 따르는 단계이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유가족들을 포함하여 온 국민들이 중간 지대로서의 광야를 통과하고 있는 셈이다.
 
개인이나 공동체가 고통의 경험이 많고 역사가 길다고 해서 꼭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과 아픔을 이기고 희망과 성숙을 향하여 전진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 무게에 짓눌려 고난과 시간을 낭비하여 굴복하고 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문화 인류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원시부족들에게서 행해지는 대부분의 성인식에 포함되는 통과 의례의 주제는 '고통'이다. 인간은 고통을 통하여 성숙해지고 어른이 된다는 의미가 숨어 있는 것이다. 바라건대 일어나서는 안되었을 이번 국가적인 아픔의 사건이 대한민국과 한국교회가 더욱 성숙해지는 밑거름으로 승화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일을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역전의 복음을 가진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함께 고통하고 계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긍휼의 마음을 품고, 국민들을 위로하며 성숙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제사장적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박진석 목사/기쁨의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