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의 오락과 속사람의 파산

권력자의 오락과 속사람의 파산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곽재욱 목사
2014년 01월 15일(수) 09:51

김정은과 로드먼은 정말 잘 어울리고, 잘 맞는 친구인 것 같다. 지난 해 12월 그의 친구를 만나기 위해 세 번째 평양을 향하는 로드먼에게 취재진이 "김정은을 여전히 좋은 친구로 여기는가?"라고 물었을 때, 그는 "아직까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대답했다. '여전히'라는 시간적 한정에는 북한 최고통치자의 지난 일 년 간 통치를 보고서도, 특히 그의 정치적 후견인이었던 고모부 장석택에 대한 잔악한 처형을 보고서도 그를 친구로 생각할 수 있겠는가라는 뜻이 담겨있다. 로드먼은 "그런 것은 나와 상관없다. 그의 삼촌이 무엇을 했던 간에 그리고 북한에서 누가 무엇을 했던 간에 그런 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난 단지 그곳에 농구경기 때문에 가는 것"이라고 자신의 방북을 정당화했다. 로드만은 올해 2014년 1월 8일 그의 '좋은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하여 NBA의 퇴역 농구팀을 이끌고 다시 평양에 가서 북한 농구팀과 친선경기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그는 얼굴 여기저기에 링을 낀 모습으로 손을 앞으로 내저으며 친구를 위해 생일 축하노래를 불러주었다. 그 장면은 '언밸런스 퍼포먼스'의 극치였다. 때마침, 북한 통치자의 생일에 맞추어 그의 일 년 간의 최대의 치적인 마식령 스키장도 완공되었다. 북한 방송은 담배를 낀 손으로 홀로 리프트를 타고 스키장을 올라가는 젊은 원수의 호기로운 모습을 방영해 보여주었다.

김정은을 보면 성경에 나오는 바벨론의 마지막 왕 벨사살이 연상된다. 바벨론 나라의 부침의 템포는 급속했다. 선왕 느부갓네살은 예루살렘을 포함한 오리엔트의 여러 나라들과 민족들을 정복하여 나라의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그를 이은 벨사살 왕은 군왕의 기상을 찾을 길 없이 주연의 오락에 절어 사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는 마침내 선왕의 보물창고를 뒤져 주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예루살렘 성전에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던 금 그릇을 술잔으로 삼아 자신도 마시고 신하들과 왕후, 후궁들까지 돌려 마시면서 자신의 절대 권력을 도발적 오락으로 외연 과시하는 것이었다.

에이든 토저(Aiden W Tozer)는 외부로부터 공급받아야 할 것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속 사람의 파산을 입증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오늘날 온갖 종류의 엄청난 오락들은 현대인의 내적 생명이 심각하게 병들어 있는 증거라고 말하였다. 속사람이 파산한 사람은 그것을 달래줄 오락이 없으면 하루도 견디지 못하고, 그 오락 거리에 점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파괴적이고 자극적으로 치달으며, 그 결국은 신성모독적인 것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거만을 부리며 술잔을 돌리던 벨사살은 갑자기 벽에 나타난 '글'을 보면서 뼈마디가 녹고 무릎이 맞부딪힐 정도로 떨었다. 글을 가진다는 것은 사색과 문화를 가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문화(文化)'라고 하는 것은 '글을 얻게 됨'이라고 문자적으로 번역된다. 문화가 시작되면서 사람은 글을 얻은 사람과 얻지 못한 사람으로 나누어졌고, 글을 얻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큰 힘을 획득하고 구사하게 되었던 것이다. 글을 가지지 못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글은 넘어설 수 없는 힘이고 너무나 두려운 상대여서 그 두려움을 우상화한 것이 '부적'이다. 김정은의 지난 일 년의 통치는 속사람의 파산을 '셀리브레이트'(celebrate)하는 사색을 결여한 부적과 같은 오락이었다. 김정은과 로드먼은 참 잘 어울리는 좋은 친구다.

곽재욱 목사 / 동막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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