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단상(新年 斷想)

신년 단상(新年 斷想)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박신경 교수
2014년 01월 03일(금) 14:50

연말(年末)은 생전 처음 가보는 막다른 골목길 같다. 그 끝에 다다르면 골목길은 급격히 꺾이면서 이제까지 보이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청소년 소설인 '빨간 머리의 앤'의 주인공 앤은 힘들 때마다 스스로를 타이른다. '저 골목길 모퉁이를 돌면 전혀 다른 멋진 풍경이 나타날 거야'라고. 아직 내가 알지 못하는 그 곳에 누군가가 혹은 무엇이 나타날지를 상상하다보면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막연한 기대와 마음의 설렘을 느끼기도 한다. 이 기대와 설렘과 감동이 우리네 삶에 아름다움과 반짝임을 부여하는 요소들이 아니겠는가.
 
얼마 전에 TV에서 스마트 연결제품들(smart products)에 관한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여러 가지 스마트 연결제품들을 사용하여 얻을 수 있는 편리함과 이익들이 설명되고 있었다. 스마트폰에 연결해서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카드 결제기, 혈압 내지 혈당 측정기,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내 몸 내부의 상태를 체크 할 수 있는 제품들 등등. 그중에 한 회사가 자신 있게 출시하는 제품은 낚시 광들을 위한 것으로 둥근 공처럼 생긴 기기를 스마트폰에 연결해서 물속에 집어넣으면 물고기가 어디에 몰려있는지를 보여주어 쉽게 낚을 수 있는 제품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물고기는 쉽게 많이 잡겠지만, 지금까지 많은 강태공들이 하염없이 찌가 흔들리는 그 순간을 기다리며 기대와 설렘으로 종일토록 기다릴 수 있는 그 짜릿한 손맛의 순간은 더 이상 느낄 수 없지 않겠는가?
 
기계기술 문명, 특히 IT의 발달로 우리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고 좋아한다. 숨 쉴 틈 없이 바뀌는 스마트 제품들을 따라잡느라 우리에게는 더 이상 소중한 물건이 없다. 금방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면 그것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활의 행태는 우리의 마음의 질과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어느 대상에게도 마음깊이 정을 느낄 겨를이 없고, 그 어느 누구도 내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관계를 바꿔버릴 수 있다.
 
그 뿐인가.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느라 우리는 고개를 들 줄을 모른다. 하루에 몇 번이나 곁에 있는 사람을 다정한 눈빛으로 돌아보며, 하루에 몇 번이나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하는가. 곁에 있는 사람의 따뜻한 손의 감촉보다 기계의 차가움에 우리는 더 익숙해져가고 있지는 않은지.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고 나서 제일 먼저 하신 것이 바로 '참 좋다'라는 감탄이셨다. 그리고 그 생명의 동산이 그 아름다움을 점점 펼쳐나갈 것을 기대하시며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축복하셨다. 그때 하나님은 어떤 세상을 꿈꾸셨을까?
 
이처럼 하나님은 우리에게 감탄과 기대와 설렘, 꿈꾸는 모습을 가르쳐주셨다. 그로 인해 우리의 생명이 찬란하게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도의 기술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들로 인해 우리에게 주신 감동하는 마음을 잃어버린다면 우리는 사랑의 힘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사랑은 감탄과 감동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탄과 감동은 드러나고 손에 잡히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기대에서 솟아난다.
 
이제 막 새해가 열렸다. 새해는 어떤 모습과 사건들로 펼쳐질까? 우리는 이 한 해 동안 또 어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을 하게 될까? 두렵기도 하지만 설렘과 기대 만발이다. 새해에는 하늘을 더 자주 바라보고 싶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과 밤하늘에 반짝이는 달과 별들, 숲과 바다와 강물들, 찬란한 하나님의 선물들을 우리 함께 바라보며 감동으로 설레고 싶다.

박신경 교수 / 영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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